[S-레터]광우병과 인터넷 도박중독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08.06.09 08:19
NHN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게임포털 '한게임' 때문에 '패가망신'했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게임에 중독돼 돈을 잃고, 직장을 잃고, 가족을 잃었다는 사람들은 MBC 'PD수첩'을 통해 "일차적으로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한게임이 거대 도박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조한 NHN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PD수첩' 방송 이후 한게임의 사행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NHN은 '구원투수'를 자처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꺼내든 카드는 '확률'입니다. 한게임의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300만명이 넘는다지만 그중 유료 이용자는 3% 밖에 안되고, 현실적으로 도박에 중독될 확률도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지요.

박재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도박중독은 개인의 문제이고, 웹보드게임 중독자는 유료 이용자의 극소수(전체이용자의 5% 미만)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돼 정부의 규제시 오히려 선의의 과다 이용자(heavy users)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NHN측을 옹호했습니다.

최찬석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순방문자의 3% 미만만이 게임에 돈을 지불하고, 이중 극소수가 아이템을 거래하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사행성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산업논리'에 치우쳐 도박 중독이라는 사회 문제의 심각성은 간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 100명만 도박 중독으로 가정이 파탄나더라도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사회문제"라며 "확률로만 접근해서 아주 극소수만 위험할 뿐이라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게임 이용자를 300만명으로만 가정해도 유료 이용자는 9만명입니다. 이중 1%만 도박에 빠져도 900명이나 되는 사람이 도박에 빠지는 셈입니다.

최근 일부 인사들이 '확률'을 앞세워 국민들의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주장을 폈다가 원성을 산 바 있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태어난 3억7000만마리의 소 가운데 광우병으로 사망한 소는 350마리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광우병 걸린 수입 소를 먹을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 되고 당장 은행에 바꾸러 가다가 벼락 맞아 죽는 두개의 일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이라고 밝혔으나 반대 여론은 더욱 거세지기만 했습니다.

'생명'이 달린 중요한 문제를 확률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앗아갈 확률이 미약하다 할지라도 근원적인 위협을 차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물론, 도박중독을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파탄 등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큰 위험을 덮어버릴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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