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때문에" 정부 손놓고 국회 문닫고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06.05 19:04
 '쇠고기 파동'의 덫에 걸려 국가 정책이 휘청대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도 이를 법으로 뒷받침할 의회도 모두 멈춘 탓이다. 집권 여당도 6.4 재보선 참패로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자연스레 정권 초기 탄력을 받아 추진해 할 정책들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힘을 실어줘야 할 18대 국회는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어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정책)'가 실종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민생'까지 뒷전으로 밀리며 민생 경제를 수습할 해법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기업 개혁, 규제개혁… MB노믹스 일단 '유보' = 정부와 여당은 정책 추진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여당은 '일단 스톱'을 외치고 정부는 못 이기는 척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게 공공기관 개혁이다. 이달중 발표할 예정이던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공기업 개혁 방안은 7월로 미뤄졌다.

 자칫 '광우병 괴담'에 이어 '민영화 괴담'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입김'이 작용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고려됐다. 당초 계획했던 전기와 도로, 수도 등의 민영화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른바 'MB노믹스'의 핵심인 '기업 프렌들리' 정책도 지연되고 있다.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 건설부문 투자 지원 방안 등 굵직한 종합 대책의 발표 일정은 모두 '연기'됐다. 이명박 정부가 힘을 실었던 금융 정책들의 속도 조절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이 모두 민감한 사안이라 종합 방침을 발표하지 못한 채 마냥 대기 중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은 18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문 닫은 국회, 민생은 없다= 쇠고기는 정부의 발목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국회 문도 닫았다. 쇠고기로 인해 입법 기능까지 마비된 셈. 집권 여당은 쇠고기 파동과 재보선 패배 이후 주도권을 잃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18대 국회 문을 열 만한 신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반대편의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쇠고기에 기댄 채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 각종 민생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고유가 고물가 속 고통받는 서민들만 힘들 수밖에 없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 대책을 조속히 실행하기 위해서는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 법이 많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일각에서도 국회에 등원,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한편 민생 대책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으론 국회가 열리더라도 민생 대책 외에 개혁 정책의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기업 개혁 등 각종 정책 마련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야당의 입장이 예상보다 강경하기 때문.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쇠고기 협상은 물론 공기업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등 MB 정책 전반에 대한 대립 전선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정부가 내세운 대형 공약들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까지 도달했다"며 "정부가 눈에 보이는 성과나 속도 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만 원만한 정책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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