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신 못차려" 속터지는 여권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6.05 17:22
- 청와대, 국정쇄신안 발표 연기..장기전 대비
- 한나라당 "사태 심각성 아직도 몰라" 성토
- 청와대 "인적 쇄신은 가장 마지막에 꺼내야"

"청와대의 정무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청와대가 4일 국민과의 대화 무기한 연기, 인적쇄신 축소 등의 입장을 표명한 것과 관련, 여권 관계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민심이반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데도 '구중궁궐(九重宮闕) '에 갇힌 청와대가 터무니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다고 흥분했다.

6.4 재보선 참패가 확정된 5일 분위기는 더욱 들끓었다.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격렬히 성토했다.

김학원 최고위원은 "재보선에서 안방, 아랫방 할 것 없이 참패를 당한 의미를 곰곰히 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성진 서울시당위원장도 "개인적 역량에서 훨씬 유리한 후보들도 낙선하는 등 묻지마 투표 분위기였다"며 "고전을 예상하긴 했지만 참담한 심경"이라고 허탈해 했다.

단순히 재보선 참패를 넘어 향후 국정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은 구청장,광역의원,기초의원 등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선거였던 만큼 패배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이번 패배가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을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그러나 "청와대의 정무판단 인식을 보면 과연 제대로 현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고 있는 것인지 걱정스럽다"며 "이러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라는 예상치 못한 카드로 일시적인 국면전환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쇠고기 파동이라는 불이 꺼진 것이 아닌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최근 며칠간 비가 내리면서 시위가 주춤한 것일 뿐이고 주말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에너지를 응축하는 중인데, 이를 사태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착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밖에서는 대대적인 인적쇄신 등 후속조치를 촉구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 대변인을 역임했던 나경원 의원은 "장관 한두명 교체하는 식으로 국민 마음을 달래겠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백지에서 새로 쓰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6.4 재보선 참패에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상황인식이 안이하다는 당의 지적도 일정부분 공감하지만 현 시점에서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시작된 '72시간 릴레이 집회'와 오는 10일 6월 항쟁 21주년 기념식, 13일 효순.미선 추모식 등 줄줄이 예고된 시위를 염두에 두고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장관 몇명을 경질한다고 민심이 가라앉는다고 장담할수 있냐"며 "지금은 민심의 향방을 지켜봐야 하며, 인적쇄신은 가장 마지막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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