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에 치받힌 'MB노믹스'

여한구.서명훈 기자 | 2008.06.05 17:57
-쇠고기 파동으로 발표시점 줄줄이 밀려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등 추진시점 연기
-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정책도 마찬가지


'쇠고기 파동'의 덫에 걸려 국가정책이 휘청대고 있다. 정권 초기에 탄력을 받아 추진해야 할 핵심 정책들이 '쇠고기 대란'에 부딪혀 줄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 살리기'를 전면에 내건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를 뒷받침할 실천계획이 백지화되거나 수정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공기관 개혁이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공기업 개혁 방안과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지난달까지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발이 격화되면서 멀찌감치 미뤄졌다. 정부는 이달 초로 발표 시점을 늦추더니 최근에는 다시 6월말 이후로 연기했다.

'광우병 괴담'에 이어서 민영화로 인해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민영화 괴담'까지 더해져 정부가 손쓸 수 없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전기와 도로, 수도 등의 민영화 계획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지금처럼 바닥을 기고 있는 정부 지지율로는 노동계와의 전면전을 치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공기업 개혁을 추진했다가 포기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대책도 의료보험 민영화로 오해받으면서 전혀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도 지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월까지 기업환경 개선대책을 확정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후순위로 밀렸다.


정부는 지난 4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대책을 발표한다고 했다가 그 시점을 민생대책 발표 이후인 다음주 이후로 미뤘다. 건설부문 투자지원 방안 발표도 당초 이번 주에서 연기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쇠고기 파동의 '희생양'이 됐다. 정부는 17대 국회에서의 한미 FTA 비준을 목적으로 쇠고기를 미국에 전면 양보하는 무릿수를 뒀다가 도리어 한미 FTA 비준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꼴이 됐다. 18대 국회도 쇠고기로 인해 공전되고 있어 비준 동의절차를 밟는데만 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고 핵심 정책으로 지목됐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공개적으로 언급 자체를 못할 정도다. 쇠고기 못지 않게 폭발력이 강한 사안인데다 현재로서는 추진 동력도 상실됐다. 정부 사이드에서는 간간이 '추진 강행' 설이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청와대는 철저히 함구로 일관 중이다.

금융 관련 정책들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하게 됐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이 6월말까지 모두 마무리되지만 금융위원회는 아직까지 발표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했다가 도매급으로 반대여론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쇠고기 국면이 진정된 다음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험·증권 등 비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방안 역시 비슷한 처지다. 지주회사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와 관련,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내세운 대형 공약들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까지 도달했다"면서 "정부가 눈에 보이는 성과나 속도 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만 원만한 정책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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