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에 현혹되지 말라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08.06.18 16:14

[머니위크 취재 후기]

지난 겨울 송도 경제자유구역 개발상황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현지 부동산 시세에 대해 생생한 현장 소식을 듣기위해 수십개의 중개업소를 돌았다. 대부분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자 신분을 밝히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이날도 방문한 곳의 1/3 가량은 실구입자로 위장(?)해야 했다.

관심 매물은 중소형 매물로 한정했고 올 봄 결혼을 앞두고 투자나 실거주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반응은 곧바로 왔다. 좋은 매물이 있다며 소개한 곳은 P건설사가 2002년 분양하고 2005년 입주한 아파트였다. 109㎡(33평형) 5억5000만원이 적정시세라고 했다.

3.3㎡당 1660만원이 넘는 금액에 놀라자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 조금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송도가 국제도시로 모습을 갖춰갈 수록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미 최초 입주자는 2억원이 안되는 금액으로 분양받아 두배가 넘는 장사를 했지만 아직도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곳 송도 주민들과 중개업소에서는 ‘109㎡(33평형)이 7억까지 간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분양만 했다하면 몰리는 송도의 오피스텔이 그 증거라고 했다. 인천대교가 완공되고 각종 시설물이 위용을 드러낼 때마다 가격은 뛸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년이 조금 모자란 초여름 이곳의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인천의 집값이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연일 급등하는 동안 송도는 다르게 움직였다. 5억원이 넘던 이 아파트는 하락세를 거듭한 끝에 4억7000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당시 거래가 성사됐다면 5개월 사이 7000만원의 시세차손을 볼 뻔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인수위시절 부동산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K씨가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포함됐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K씨는 자문위원이라는 명성을 이용해 고액 강의료를 받고 투기강의를 일삼은 것이 문제가 돼 인수위에서 해임된 바 있다.

그는 각종 개발호재를 바탕으로 부동산 찍어주기 강의를 했다. 물론 기자는 K씨를 통해 큰 이득을 봤다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정부에서는 K씨가 실제 개발정보를 입수할 만큼의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염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이후 버블세븐(강남ㆍ서초ㆍ송파ㆍ목동ㆍ분당ㆍ용인ㆍ평촌)의 가격하락이 시작되고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각종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이야 말로 버블세븐을 비롯한 강남 진입이 수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 가격상승의 단맛을 본 곳은 어느 한곳도 없다. 당시 시세를 유지하고 있는 곳도 없다. 오히려 이들 지역이 대부분 하락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라는 곳은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은 말 그대로 참고자료일 뿐이다. '최종 책임은 투자자 개인의 몫'이라는 진리는 부동산시장에서도 가장 적합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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