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자율결의 구속력 확보가 관건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6.05 14:49

정부는 5~6개 시나리오 예상하면서 고민

정부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막기 위해 미국측과 물밑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민간 차원의 자율결의에 대한 구속력을 높일 것인지 주목된다.

민간 업체 사이의 자율규제 약속이 깨질 경우에 대비해 확실한 '안전판'을 만들어야 대국민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장 구체화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라벨링 표시는 최소 1년간=5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기존 수입위생조건 협정문을 건드리지 않는 대신 미국 쇠고기 수입업체가 자발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출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는 방향으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남은 문제는 30개월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라벨링' 표시 기간을 얼마로 둘 것인지와 정부 차원에서 실효성을 어떻게 담보할지다.

타이슨푸드와 카길 등 미국 대형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120일간 표시를 하겠다"고 사전 제안했지만 우리 정부는 최소한 강화된 동물성사료 규제조치가 시행되는 내년 4월까지는 라벨링 표시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라벨링 표시 기간이)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밝혀 향후 1년이 '마지노선'임을 시사했다.

지난 4월18일 협정 타결 당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시기를 강화된 동물성 사료규제 조치 시행이 아닌 공포 시점으로 정해 '굴욕협상'이라는 비판에 시달린 것을 감안해 최소한의 조건으로 '내년 4월'을 제시한 셈이다.

현실적으로도 이 같은 월령 표시가 있어야 국내 수입업체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을 가려서 수입을 할 수 있고 검역 과정에서도 걸러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의 라벨링 표시기간을 최대한도로 길게 잡으면서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자율규제 통제 방법은?=국내 수입업체는 정부의 수출자율규제(VER) 추진에 발맞춰 조만간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70개 육류수입업체로 구성된 수입육협의회 회장인 박창규 에이미트 대표이사는 "30개월 미만 고기만 수입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빠른 시일내에 결의문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 업계는 자국의 결의에 이어서 이를 문서 형태로 교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친목단체에 불과한 수입육협의회의 결의가 법적·제도적 구속력을 전혀 갖지 못하는 '권고' 에 그친다는데 한계가 있다. 만약 한 업체가 결의를 깨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한다면 정부로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

수입육협의회에 가입한 업체도 전체 430여개의 육류수입업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는 협의회 가입 업체만 수입하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 빗장이 풀리면 추가로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생겨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때문에 수입업계는 쇠고기 수입유통업을 현재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정부의 통제력을 키울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도 협의회를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형태의 협회 수준으로 발전시켜 자율규제의 '약발'을 높일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업종만을 떼내 허가제로 전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현실성은 떨어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검역 과정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발견되면 폐기해달라고 건의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양해를 얻어 검역 과정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발견되면 자동 반송되도록 하는 방안이 '최선'의 대안이다. 하지만 이 안은 한미 당국이 사인을 마치고 부칙까지 개정한 수입위생조건을 또다시 바꿔야 돼 실현 가능성이 역시 떨어진다.

농식품부 고위 간부는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자율규제에 참여할 것인지가 우선적인 관건"이라며 "미국측 결정에 대비해 5~6개의 시나리오를 갖고 어떻게 자율규제의 구속력을 높일 것인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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