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의 범람]③CP에 열광하는 기업들

더벨 박홍경 기자 | 2008.06.22 10:21

[이슈리포트]운전자금, M&A, 지주사 전환 연기 등 배경 다양해

이 기사는 06월17일(10:4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기업어음(CP) 폭증에 대한 우려는 건설사와 여신전문 금융회사에 쏠려 있지만 일반 기업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반 기업들의 CP발행잔액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해 역대 최대 수준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7조원대 초반이던 일반 기업들의 CP 발행 잔액은 불과 지난달 중순 11조6800억원을 기록, 5개월새 4조원 이상 늘었다.
↑일반기업 CP 발행잔액 추이

특히 올들어 1000억원 이상 급증한 대기업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삼성토탈과 여천NCC, SK에너지, 제일모직, LS니꼬동제련, LG CNS, 현대시멘트, LG파워콤, SK C&C, SK텔레콤, 삼성테스코 등이 그 예다.

기업들은 CP를 단기 자금부족을 해결하는 이상의 폭넓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운전자금 수요 뿐 아니라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 인수합병(M&A)을 위한 급전 마련 등 소요처가 다양하다. 심지어는 지주회사 전환을 지연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원자재 구입비가 크게 늘어서요"

CP 발행 잔액이 증가한 업체 중 상당수는 고유가 충격에 직접 노출된 곳이다. 여천NCC와 삼성토탈 등 석유화학업체가 대표적이다. 원유값이 배럴당 130달러 수준으로 오르다 보니 구입예산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석유화학 업체들은 평균 2개월 수준의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유가 상승추세와 맞물려 구매금액의 증가가 CP 발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들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유산스 사용을 늘릴 여지가 있으나 내수에 기반한 기업들은 유산스 개설에 한계가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받을 여지가 크다.

일부 업체들은 회사채 차환을 하려다 장기금리가 불안해지자 CP 발행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M&A로 인한 자금수요 증가

웅진홀딩스의 극동건설 인수 건은 M&A 용도의 CP 발행이 신용경색 역풍을 맞아 폭탄 돌리기 형국으로 변한 사례다.

지난해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을 인수자금 6600억원 가운데 3500억원이 CP로 조달됐다. 이중 2000억원은 장기채로 전환에 성공했으나 1500억원은 CP와 일반대출로 여전히 차환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M&A 전후로 자금수요가 늘어 CP를 발행하는 사례가 드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웅진홀딩스의 경우 CP를 장기채로 전환하는 사이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돼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M&A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해 기업어음을 사용했더라도 이같은 시장 리스크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장기부채로 전환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올 2분기에 CP 발행잔액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삼성테스코의 경우 홈에버 인수와 관련해 대규모 자금집행이 예정된 업체다. 인수자금은 2조3000억원이나 조달자금과 규모,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의 특성상 매출채권 회수와 매입채무 지급에 따라 주기적으로 CP를 발행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삼성테스코도 대규모 CP 발행과 상환을 반복해왔으나 M&A 이슈와 연계된 조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성장과 배당도 CP발행 유인

SK텔레콤은 과거에도 2분기에 CP 발행을 통해 배당금을 지급하고 이후에 잉여현금으로 상환하는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다.

LG파워콤 사례는 성장 과정에서 운전자금 수요의 증가로 풀이된다.

누적가입자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사업진출 이후 마케팅비용과 설비투자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안정화되고 투자부담이 완화되면 현금창출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미루기 위해 CP 활용 사례도

지주사 전환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CP를 발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있다. 미래에셋캐피탈과 SK C&C가 그런 사례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자회사 지분보유액이 자산총액의 54.5%를 기록했다. 지분법 적용주식 비율을 낮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CP를 발행해 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는 지주사 전환요건을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캐피탈은 3월 결산법인이다. SK C&C도 지난해 SK를 비롯한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 비중이 50%에 육박하면서 CP를 발행해 총자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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