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근속 "참으면 노하우 생깁니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06.05 12:21

[TOP10 인터뷰]박순익 ㈜도루코 부사장

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토종기업 도루코에는 40년을 함께 한 산증인이 있다. 고졸사원으로 출발해 현재 도루코의 제2창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순익(57) 부사장이다.

소걸음으로 천리 길을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박 부사장을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났다.

◇우직함

박 부사장은 1969년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도루코의 전신인 한일정공에 입사했다. 당시 상고를 졸업한 후에는 은행에 입사하는 것이 가장 잘한 선택으로 여겨졌던 때였다. 연고가 있던 서울에 잠시 들렀다 지원한 일이 인연이 됐다.

그렇게 근무한 것이 내년이면 40년이다. "처음엔 마땅히 갈 곳도 많지 않아 일하게 됐습니다. 동료들의 이직으로 사내에서 술렁거릴 때도 있었죠. 그 때는 옮겨볼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10년차쯤 되니 보람도 느끼고 해서 계속 일하게 됐죠."

그는 국내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1955년에 설립된 도루코는 1980년대까지 국내에 경쟁 상대가 없었다. 면도기 제조 기술을 갖춘 유일한 회사였다. 그렇다 보니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에 달했다.

◇다윗과 골리앗

그러다 1980년대 말에 수입 규제가 풀리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질레트, 쉬크 등 다국적 기업이 무섭게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IMF 때에는 외형이 3분의 2로 줄어드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내 1위 자리마저 내주게 됐다.


그는 이 당시가 개인으로서나 회사로서나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회사에서 준비를 한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었습니다. 마케팅 역량이나 기술에서 격차가 컸었죠. 특히 날을 교체해 쓰는 고급면도기 시장에서 고전했습니다. "

도루코는 절치부심했다. 우선 연구개발(R&D)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5년간 150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6중날 면도기를 개발했다. 3중 면도기 이후 6년 만의 일이었다. 그 기간 동안 도루코 연구소의 전 직원들은 회사에서 면도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제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격경쟁력은 우리가 앞섭니다. 덕분에 작년엔 중동에 900만 달러 이상의 수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 세계 빅3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회사가 최근 세웠는데,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뛸 생각입니다."

◇끈기와 양보

제품 소개에 열을 올리는 그를 보면서 40년 근속의 비결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회사의 부침을 오랫동안 지켜봤습니다. 이제는 회사의 목표가 달성되는 걸 봤으면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개인적인 꿈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었다.

신세대 직장인들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경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요즘 세대들을 보면 참 보기 좋습니다. 프로 의식이 있는 거겠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근시안적이란 생각도 듭니다. 단기간에는 노하우를 쌓을 수 없는 법이죠. 좀더 참을성을 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는 이기주의는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요즘에는 회사라는 전체를 위해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자신이건 자신이 속한 부서만을 위해 일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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