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증시, 반등해도 여전히 '지뢰밭'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8.06.13 08:50

[머니위크]돈되는 펀드, 돈 잃는 펀드

직장인 정월남(가명, 40) 씨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07년 1월 적립식으로 가입한 한국운용의 ‘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1’(이하 베트남펀드)에 계속 투자해야 할지를 놓고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다.

가입이후 부진한 수익률은 불만이다. 매월 20만원씩 460만원(5월 말 현재)을 투자한 정씨는 40%가량 손실을 입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두려움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설’ 등 베트남 경제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 확산이다. IMF에 구제금융이라도 신청하는 날에는 그나마 60%도 떼일 수 있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살인적 물가상승이 주가 하락 주범

한국운용의 베트남펀드는 국내 베트남 관련 펀드 중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설정액은 3844억원. 연초이후 -45.97%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2006년 11월21일 설정이후 누적수익률은 -38.67%에 달한다(모두 6월2일 기준).
이 펀드를 운용하는 현동식 글로벌운용본부 해외투자2팀장은 수익률 부진에 대해 "올 들어 경기과열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두자릿수 물가상승으로 베트남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 25%의 인플레이션과 4개월만에 111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베트남 경제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시장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베트남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5.2%에 달했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가파른 물가 오름세다. 살인적 물가를 잡기 위해 베트남 중앙은행은 5월 중순 기준금리를 8.75%에서 12%로 인상했다.

올들어 자동차 철강 비료 유지 등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것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들어 5월 말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144억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은행 대출을 받아서 주식투자에 나선 베트남 내국인들이 순매도행진에 나서고 있는 것도 단기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 팀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베트남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뒤따라 올리면서 대출을 받은 개인들이 손절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4분기 이후 분할매수하겠다"

반면 개별기업의 실적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1분기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또한 베트남펀드의 편입종목들의 평균부채비율이 60%미만이라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최근의 베트남 경제상황을 극단적인 비관론으로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현 팀장은 지적했다. 특히 ‘IMF 구제금융설’은 과잉반응이라고 반박했다. 단기외채가 적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등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좋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인식아래 현 팀장은 "현 가격대는 저가매수 기회"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2007년 순이익을 기준으로 베트남 증시의 시장평균 PER(주가수익배율)은 10배에 불과하다는 게 현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베트남 경제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10배는 매우 낮은 상태”라며 “향후 성장가능성을 놓고 본다면 현주가는 매우 매력적인 가격대"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당장 베트남주식을 매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적어도 4분기에 가서 매수할 계획이라는 것. 그는 “지난해 11월 이후 신규 매수를 중단하고 있다"며 "물가안정 등 경제상황을 지켜본 뒤 4분기 이후 베트남 주식을 분할매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주식의 매수 유동성을 가장 중시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호치민과 하노이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중에서 시가총액 400억원이상의 저평가 종목을 발굴, 투자하고 있다는 것.

◆"유동성이 너무 적다" 우려


한국운용의 주장과 달리 베트남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도 적지 않다. 베트남 증시의 폭락을 가져온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적어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동(Dong)화가 무역수지 확대로 평가절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베트남 펀드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의 펀드판매 책임자는 “베트남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 은행의 공식입장”이라고 소개하면서 “하지만 베트남 경제가 어렵고 이것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그는 "베트남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주식시장도 상당기간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불확실한 미래의 반등을 겨냥하고 ‘물타기’에 나서기 보다는 베트남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헤지펀드도 아닌데 일반공모펀드 고객에게 몇년후의 반등을 기대하고 불확실한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하는 것은 책임있는 전문가의 자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HSBC은행의 펀드판매 담당임원도 “베트남처럼 주식시장이 덜 성숙한 국가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애당초 고객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흥시장이라 일시적으로 고수익을 제공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경제위기나 유동성 부족 등이 가져올 손실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동화 평가절하시 대규모 '환차손' 우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베트남 동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전망하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는 점도 악재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동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펀드투자자들은 환차손이 불가피하다.

한국운용의 베트남펀드을 비롯한 대부분의 베트남펀드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고 이를 다시 베트남 동화로 바꿔 투자하고 있다. 베트남 동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달러를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차손이 발생한다. 베트남펀드는 원화와 달러화에 대해 80% 가량 환헤지를 하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스튜어트 뉴넴 애널리스트는 5월 하순 "베트남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동화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2009년도 베트남 동화 가치가 달러 대비 39% 폭락하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넴의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베트남펀드 투자자들은 주식매매손실과 환차손 등 2중 손실을 입는다는 얘기다. 현 팀장의 바람대로 베트남 주식시장이 힘들게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국내투자자들은 '환차손'이라는 또다른 복병을 만나 손실을 입게 되는 셈이다.

◆시가총액 14조원대의 베트남 증시

베트남의 증권거래소는 모두 2개. 하노이와 호치민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거래소의 상장종목은 하노이 138개, 호치민 151개이다(이하 모두 6월2일 기준). 이들 거래소의 시가총액은 3조2933억원(하노이)과 11조3627억원(호치민) 등 14조655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하노이와 호치민 거래소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합은 모두 9조3900여억원. 이중 최대 종목은 호치민거래소에 상장된 유가공업체 ‘비나밀크’로 1조1923억원을 기록중이다. 개장시간은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까지다. 가격제한폭은 하노이(±2%) 호치민(±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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