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고심 또 고심…꺼낼 카드는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6.03 18:15

'쇠고기 재협상' 히든카드 꺼내…후속조치 관심

- 대통령 '쇠고기 재협상' 히든카드 꺼내들어
- 더이상 타이밍 놓치지 않겠다..선제적 조치
- 인적쇄신 등 후속조치 놓고 고심, 경제팀 경질여부 관심

청와대가 깊은 침묵속에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상상도 할수 없다"던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비장의 카드까지 꺼내든 대통령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어떤 패를 내놓을 것인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민심의 향방에 따라 인적쇄신을 포함한 국정쇄신안의 내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초장에 히든카드 꺼낸 대통령 = 한나라당이 2일 쇠고기 고시의 관보게재 연기를 요청할때만 해도 이것이 쇠고기 재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청와대 문턱까지 시위대가 진출할 만큼 극도로 악화된 민심이반을 해결하기 위해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소수의견에 그쳤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가대 국가의 약속인 쇠고기 협상을 뒤엎는 조치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물론 청와대 경제수석실도 한나라당 제안은 정치적 제스처일뿐이라며 예정대로 고시가 강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물밑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진 끝에 이날 심야에 관보게재 연기,재협상 추진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쇠고기 문제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다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게 당연하다"고 단호히 강조했다.

◇더이상 '실기' 않겠다 = 정부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방침은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경우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마지막 카드를 미리 꺼낸 셈이다. 이 결정이 나오기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 당연히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등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거둘 효과를 '100'이라고 가정하면 그중 몇십%가 날라갈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 온갖 공을 들여온 대통령이 이같은 점을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의 엄중함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이상 적절한 시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성에서 선제적 대응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돌이켜 보면 '강부자,고소영' 인사파동, 청와대 수석 땅투기 의혹 등 타이밍을 놓쳐 파장이 커진 일이 숱하다. 쇠고기 파동만 해도 광우병 괴담과 촛불시위 초기에 "할일없는 10대 청소년들의 유희"정도로 치부하다 사태를 키운 셈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이 만족해야 의미가 있다.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면 국민 눈높이를 잘 몰돌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적쇄신 얼마나? 경질규모 고심 = 승부수를 띄운 이 대통령은 민심향방을 지켜보면서 또다른 후속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포함한 민생대책도 준비하고 있지만 역시 핵심은 인적쇄신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온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 내각총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단호한 인사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날 터져나온 청와대 수석 일괄 사의표명도 이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오는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100일을 정리하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할 예정인 만큼 그 전에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이번주안에 인적쇄신을 포함한 민심수습책이 발표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인사폭과 관련 "인사권자인 대통령만 알지 누구도 짐작할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민심향방이 인사쇄신의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쇠고기 재협상 카드로 다행히 반발이 수그러든다면 정운천 농림수산부장관,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등 파문 당사자들로 최소화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중폭 이상의 개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팀 경질여부 관심집중 = 인적쇄신의 최고 관심은 경제팀의 포함여부다. 정책조율능력 부족을 이유로 김중수 경제수석의 경질이 거론된데 이어 경제사령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책임을 피할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팀 내부의 갈등으로 물가폭등 등 경제환경 악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 장관과 김 수석이 환율정책을 놓고 지난 4,5월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며 "환율,금리,성장 등 국가경제를 움직이는 거시전망에 대한 양측의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경제수석실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제수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 관계자는 "김 수석은 새벽 1,2시까지 일하다 퇴근하는 일이 빈번할 정도로 경제정책 조율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며 "'비서는 입이 없다'는 평소 신념에 따라 외부에 나서지 않는 김 수석의 스타일이 오해를 증폭시킨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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