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GE 날개 달고 날까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08.06.16 07:55

[머니위크]동업과 합작의 기업사 쓰는 LG그룹

LG가 움직이고 있다. 동업과 합작으로 일가를 이뤄온 LG는 최근 몇년간 뺄셈(계열 분리 등)으로 일관해 왔다. 재계 순위, 사업 영역 등에서 각축을 벌여온 경쟁 그룹 삼성, 현대차, SK 등이 법률적 문제 등으로 최근 몇년간 잡음을 일으켜 왔던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LG도 LG-GS-LS-LIG 등으로 핵분열하는 과정을 거쳤고 카드사태의 불똥으로 LG카드(현재 신한카드),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등을 자의반 타의반 내놓아야 했다.

이런 LG가 최근 덧셈 또는 곱셈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호전이 기반이 됐음은 물론이다.

지난해 계열사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 보틀링(코카콜라의 국내 생산과 유통ㆍ판매를 담당하는 업체)을 인수한 데 이어 GE 가전부문에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GE 가전부문 인수와 관련해서는 해외 가전회사와의 연합을 통한 합작의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LG의 역사는 합작과 동업의 역사다. 구씨와 허씨의 아름다운 동업은 LG그룹의 근간이 됐고 해외 업체와의 합작은 성장의 자양분이었다. 40여년 전의 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삼성과의 동업 사실도 있다. 딸라서 환갑(그룹 모태인 락희화학 설립 1947년)이 넘은 LG의 도약은 또다른 합작을 통해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LG가 손을 내민 곳과 LG의 손을 맞잡은 곳을 통해 LG의 기업 약사를 돌아봤다.

◆'희수' LG가 열살이나 젊어진 이유는

LG창업주 구인회 회장으로부터 시작된 LG의 사업 역사는 희수(77세)를 넘는다. 구인회 창업주의 첫 사업체였던 구인회상점이 문을 연 것이 1931년이니 올해가 LG그룹의 토양이 마련된지 77년째 되는 해다. 하지만 LG는 스스로를 환갑이 넘은 정도라고 평가한다. 10살이나 나이를 줄이는 이유는 뭘까. 1947년은 구인회 회장이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한 해다. 이 두 사업체는 상점과 제조업체라는 업종의 차이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동반자인 허씨 가문의 조력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락희화학 창립 한해 전인 1946년 초 구인회 회장의 사돈인 만석꾼 허만정 씨는 아들인 허준구 씨의 '경영수업'을 부탁했다. LG의 인화문화로 상징되는 구ㆍ허체제의 시발점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전자업계 등에서의 라이벌이지만 LG는 한때 삼성과도 손을 잡은 적이 있다. 1964년 당시 방송매체 라디오서울(RSB)이 개국할 당시 구인회 회장은 삼성의 이병철 회장의 동업 요청을 받아들여 삼성과 LG(당시에는 럭키)가 각각 50대50의 비율로 출자한 사실이 있다. 그 뒤 경영상의 어려움 등으로 라디오서울은 구인회 회장이 회사쪽 지분을 삼성에 넘기면서 합작은 종지부를 찍었다.

◆글로벌 합작도 선구 'IBM-캐논-칼텍스…'

LG는 해외 합작 파트너를 구하는데도 발군이었다. LG그룹은 그동안 LG-IBM(컴퓨터 등), LG캐논(디지털 카메라 등), LG-오티스(엘리베이터), LG필립스LCD(현재 LG디스플레이) 등으로 해당 시장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일궈냈고 LG노텔(네트워크ㆍ보안업체) 등은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또 계열분리되긴 했지만 GS칼텍스도 합작의 대표적인 사례다. 초기 투자단계에서 유명 외국사와의 합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이른바 '합작경영'을 추진해 온 것은 '관계'를 중시하는 LG그룹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남아있다.

GS칼텍스는 특히 지난 1967년 칼텍스와 LG쪽이 50대 50의 합작비율로 설립된 호남정유가 모태로 경제개발계획의 핵심사업이자 호남지역 공업발전의 상징사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또 미국의 콘티넨탈카본사와 합작ㆍ설립한 한국콘티넨탈카본 등도 있었다.


이외에 DJ정부 시절 빅딜로 잃으면서 애증이 교차하는 사업이 되기는 했지만 초창기 반도체사업에서도 AT&T와의 합작으로 사업의 물꼬를 텄다.

LG는 이 같은 수많은 국내외 합작 등을 통해 자본 유치에서 기술 전수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서로를 의심하고 성과 배분에 대한 이견 등으로 혼란을 겪는 경쟁사들도 있었지만 LG는 '원칙을 잘 정하고 서로를 신뢰하면 경영의 투명성을 일궈낼 수 있다'는 교훈을 보여줬다.

최근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 보틀링 인수로 새로운 합작문화를 선보였다. 소비재 기업으로서 LG생활건강은 기존의 화장품에서 생활용품은 물론 음료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게 되면서 추가적인 인프라와 전국적 판매망을 확보, 성장성과 시너지 면에서도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약' LG전자 합작으로 날개날까

LG의 합작은 올해에도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수년간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의 부진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지만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비약적인 실적 개선이 이루어 졌다. 어려울 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투자에 소홀하지 않았던 것이 최대의 호황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LG그룹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430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동기대비 666.10%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함 삼성전자가 포진한 삼성그룹과는 불과 1200억원 차이다. LG디스플레이의 흑자전환을 비롯해 LG전자, LG화학 등의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동기대비 180%이상 증가한 덕분이다. 순이익은 1조9100억원으로 6726.73%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18조1400억원으로 27.95%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가 LG에 주어졌다. 침체에 빠졌던 GE가 가전부문의 매각의사를 밝혔고 LG는 유력 인수후보군에 속해있다. 또 세계적인 규모의 가전부문 경쟁업체가 LG쪽에 GE 가전부문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GE 가전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70억달러. 미국의 월풀이 194억달러로 1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156억달러로 2위, LG전자가 126억달러로 3위다. 누가 새로운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전 세계 가전업계의 판도가 바뀐다.

LG는 현재 합작 또는 독자적 인수 가능성등을 모두 열어놓고 그림을 그려보는 단계다. 따라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현상황에서 예단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합작으로 상징되는 LG의 열린 경영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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