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이고 선험적인 정신적 활동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 소장 | 2008.06.18 15:16

[머니위크]미술품 투자와 감상법 / 행위예술

“시위에 앞서 시민들의 퍼포먼스가 진행 되었습니다”라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러한 뉴스의 멘트에 의해 많은 사람들은 퍼포먼스가 무엇인가를 주장하기 위한 단순한 행위로 오인하고 있다. 집회 시위 때 등장하는 행위들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행위 극’ 또는 ‘시위 행위’라 하여야 온당하다.

시위로서의 행위들은 공동의 목적과 공통된 관중의 참여와 명확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예술용어로서의 퍼포먼스는 관객에 대한 일편향적 의미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해석과 정신적 상황의 묘사가 우선됨을 이해하여야 한다.

퍼포먼스(performance)란 연극이나 무용, 마임 같은 행위예술을 의미하지만 미술로서의 퍼포먼스는 해프닝과 이벤트로 구분되기도 한다. 다만 각본의 치밀성과 즉흥성에 대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공통적으로 예술가의 신체를 활용한 행위를 통한 표현의 것이다.

해프닝의 한 예로 미국의 작곡가이면서 플럭서스의 일원이었던 존 케이지(John Cage)는 1954년에 황당한 연주회를 진행한 바 있다. ‘4분 33초’란 제목의 연주회는 4분 33초 동안 아무런 공연도 없이 청중들의 소음을 채집하는 행사로 끝을 맺는다. 청중들의 소리가 주요 공연이 된 연주회였다.

퍼포먼스의 개념 중에 해프닝(happening)이 있는데 이 말은 ‘지금 우연히 생긴 일’이란 의미로서 즉흥성과 현장성, 언어보다는 시각과 청각을 주재료로 삼는 행위예술이다. 현대사회의 미술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완성품으로 전시되는 것에 반하거나 예술이 돈으로 교환되는 것을 거부하는 일종의 정신적 활동이다. 때문에 공연자체도 전시장이나 바깥, 일상적 공간에서 일어난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가치로 교환하기 어려운 경향의 예술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돈을 내고 예술을 감상할 수는 있어도 미술투자의 관점에는 돈으로 소장할 수 없다. 현대사회의 예술현상으로서 행위예술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이다. 보통으로 사고 팔리는 미술품과 같은 습관적 예술에 대한 반항이다.


우연적인 행동이나 충격적 상황에 대한 개인적 표현이 강해 어렵게 이해되기도 하지만 미래사회를 위한 실험적 선험적 예술행위로 이해하면서 넓은 의미의 창조적 활동이라 보는 것이 좋다.

한편으로는 백남준과 같은 거장의 행위예술은 비디오로 담겨져 비디오아트 설치작품 속에서 공연되어 아주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백남준의 행위예술의 가격은 책정된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의 일부로서 평가되고 있을 뿐이다.

퍼포머 김백기의 퍼포먼스 '강'은 사랑, 기도, 축복의 메시지를 담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행위자들에게 은유적으로 주어진 이름은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관객과 소통을 위한 통로가 된다.

도심의 공간에서 행해진 움직임은 마음의 풍경으로 향하는 인도자의 것으로 해석된다. 퍼포먼스 '강'은 인간의 원초적인 서정성을 일깨우며 지극히 동양적이면서도 거대한 세계관과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내는 행위예술이다.
퍼포머 김백기, 江, 2007년 대영박물관 축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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