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구긴 정부, "그 때 잘할걸"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6.03 16:41
"진작 그렇게 할 것이지…"

정부가 3일 '뿔난' 민심에 굴복해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 금지를 미국측에 요청키로 했다.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해 곤경을 자초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 이기도 하다.

광우병에 걸릴 우려가 큰 30개월 이상 '늙은 소'의 수입을 원천 차단시켜 이반된 민심을 되돌려보자는 계산이다.

이번 '자가 극약 처방'으로 정부는 다시 한번 한미 쇠고기 협상이 졸속·부실 협상임을 자인한 셈이 됐다.

협상 때 국민들의 걱정을 덜 수 있게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키로 했다면 중고생과 주부, 회사원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오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20% 초반으로 급락하는 사태를 맞지 않아도 될 수 있었다.

시계를 한달 반 전으로 돌려보면 정부의 패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국의 요청으로 4월11일 시작된 이번 협상의 우리측 전략은 '30개월 미만' 소만 풀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원칙은 지난달 쇠고기 청문회에서 확인됐듯 노무현 정부의 일관된 기준이기도 했다. 쇠고기 협상이 진통을 겪은 것도 '30개월' 때문이었다.


미국은 국제적 기준이라는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앞세워 전면개방할 것을 요구했지만 농식품부는 "30개월만은 내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로 인해 협상 결렬 조짐마저 보였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인 18일 '무장해제'를 해버렸다. 그리고 협상장 안팎에서는 농식품부의 자율 의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결정이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은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을 향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때문인지 국민들의 원망과 원성도 온통 이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결국 정부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겪고 나서야 돌고 돌아 한달 반 전의 원래 그 자리로 돌아온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당시에는 '흥정'이 가능한 대등한 지위에서 만났지만 지금은 통사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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