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민간 수혈'로 내부혁신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8.06.03 17:31

외부시선 의식한 고육책…'민간인 낙하산' 지적도

금융감독원 임원으로 외부 전문가가 대거 기용됐다. 내부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민간 수혈을 선택한 것이다. 금감원에 쏟아졌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전 외부 인사들이 연착륙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원 절반 외부서 수혈= 원장과 감사를 제외한 금감원 임원은 총 11명. 부원장 3명 중 내부 출신은 박광철 부원장 단 한명이다. 이우철 부원장은 금감위, 이장영 부원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부원장보 8명 중 내부인사는 양성용, 주재성(이상 은행) 송경철(증권) 강영구(보험) 등 4명이다. 임원 11명 중 6명이 외부 전문가로 채워졌다.

특히 핵심 보직인 전략기획과 경영지원 분야는 이우철 부원장, 손상호·김동원 부원장보 등 모두 외부출신이 장악했다. 내부 출신으로는 개혁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단적으로 금감원에 대한 새 정부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된 셈이다.

지역적 안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새로 임명된 임원 중 호남 출신은 한명도 없다. 김종창 원장은 경북 예천, 이장영 부원장은 경북 칠곡, 박광철 부원장은 서울 출신이다. 송경철(제주) 주재성(강원 춘천) 강영구(경북 상주) 손상호(인천) 김동원(경북 안동) 정연수(경남 합천) 등의 부원장보도 모두 비호남권 출신이다. 원장을 비롯한 신임 임원 9명 중 경상도 출신이 5명이다.

아울러 은행·증권·보험 부원장보에 모두 56년생이 선임된 만큼 국장급 후속 인사의 폭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혹스런 금감원=이번 임원 인사를 접한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원장에 이어 부원장보까지 대거 외부 인사로 채워지자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직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더라도 앞으로 임원은 꿈도 못꾸게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는 임원이 되려면 업무는 대충하고 공부나 열심히 해서 대학교수나 연구원으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민간인 낙하산' 이라는 말이 유행이 된 지도 오래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처럼 민간인 출신을 대거 기용하는 것을 보면 새 정부가 금감원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없어 일종의 길들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기구의 생명인 '중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외압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노조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인사권을 갖는다는 것은 법조문에 지나지 않는다"며 "외압 의혹을 끝까지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또 다른 직원은 "그동안 은행·보험·증권 등 권역별로 나눠 먹기식 인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조직개편과 외부인사 영입으로 이같은 폐단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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