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환율 정책서 '잠시 후진'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6.03 17:01
- 원/달러 환율 1010원대로 하락
- 정부, 환율하락 방치
- 고환율 정책 철회 아닌 일시적 수정

원/달러 환율의 자유낙하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말 1050원선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지금은 1010원대까지 미끄러졌다.

지난달 중순까지도 '고환율' 기조를 지켜왔던 정부는 환율 급락을 손놓고 지켜만 보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저환율' 정책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경상수지 개선, 외채증가 억제 등 대외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고환율이 바람직하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지금은 물가 부담을 고려해 환율 정책에서 강력한 '후진'을 택했다는 것이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내린 1016.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오르며 강보합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오전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때 1012원까지 떨어졌다. 최 차관의 발언이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접고 '저환율'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27일 약 20억달러 어치의 매도 개입을 단행하며 1050원대의 환율을 1030원대까지 끌어내렸다.


이와 관련,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환율 정책에서 물가 불안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환율 정책이 '하락 유도' 쪽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6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휘발유 가격은 최근 L당 2000원을 넘어섰다.

또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일 자신이 고환율을 지지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시적인 후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고환율을 지향하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가안정과 경상수지 개선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궁극적으로 경상수지 개선을 택해야 한다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의 환율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며 바뀌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만 지금은 유가 등 물가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잠시 환율을 하향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또 언제까지 환율 하락을 유도할 것이냐다.

정부가 추가로 환율 하락을 끌어내릴 가능성은 낮다. 현재 환율 수준이면 충분히 내려왔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오늘 환율 하락은 최 차관 발언에 대한 과민반응인 것 같다"며 "지금은 굳이 대응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상수지, 외채 등 대외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국제유가가 충분히 안정되는 경우에는 언제든 고환율 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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