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MB의 'SOS' 수용할까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6.03 15:51

-일단 재협상은 배제한 듯
-미국 자율규제 형식으로 수용 가능성 점쳐
-일각에서는 이미 협상 중이라고 보기도

정부가 3일 '쇠고기 민심'을 수용해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 금지를 미국에 요청하는 '초강수'를 둠에 따라 향후 상황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수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게 옳다"고 말한 것처럼 이번 조치는 사실상 30개월 이상 소에 대한 수입 중단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4월18일 한미 양국의 농림관련 부처 협상대표가 서명한 쇠고기 협정에도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뒤통수를 맞은 미국 정부의 대응방식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 자명하다.

◇재협상은 힘들 듯=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 한나라당 등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어떤 카드를 동원하든지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금지는 기필코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게 기존 수입조건 협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완적 의미의 추가 협상인지는 확실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재협상까지 포함해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만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수입위생조건 협정의 판을 '깨는' 재협상 수준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그렇게까지 나가기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두고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고위 간부는 "정운천 장관의 기자회견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고 힌트를 던졌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 간의 선린 우호관계와 신뢰를 유지하면서 해법을 찾는 게 국익과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무리하게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등 최대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한국 내 꼬인 정치상황을 내세워 미국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미국, 양보할까=뜻하지 않게 '공'을 넘겨 받은 미국 정부가 맞장구를 쳐줄 것인지, 아니면 '퇴짜'를 놓을 것인지가 우선적인 관심 대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 상황이 심각하고 한국 내 여론이 어떤 것인지 미국도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희망적으로 바라봤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미 외교라인이 가동돼 미국 현지에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 행정부 공식 반응은 "한국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것 뿐이다. 종전의 "재협상은 필요 없다"는 입장과 비교하면 달라진 뉘앙스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2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쇠고기시장 개방문제와 관련해 수일째 한국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정황을 볼때 미국이 우리 정부의 다급한 'SOS'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중심이 쏠린다.

미국 내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비중이 15% 밖에 되지 않고, 우리 국민의 거부감이 심해 수출한다고 해도 수출물량이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30개월 이상을 무리하게 고집할 현실적인 필요는 없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한다.

이 경우 자율규제협정(VAR) 방식의 보완책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존 협상 결과는 그대로 두되, 일정기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업계차원에서 자제하는 식이다.

다만 미 하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입위원회의 찰스 랭글 위원장이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재개는 안된다"고 밝힌 것처럼 미국 정치권과 축산업계의 반발이 변수다.

미국 행정부가 이들의 압박에 못이겨 '불가'로 돌아선다면 '국제협상 일방파기→통상마찰→무역보복→한미관계 경색→한미 FTA 불발' 등으로 흘러가는 원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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