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쇠고기 고육책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6.03 13:05

'공'은 다시 미국으로… 美 수용여부가 일차 관건

-정부, 최후의 카드까지 제시
-미국측 태도가 변수
-최악의 경우 통상마찰 비화 여지도

정부가 3일로 예정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유보하고 대신 미국에 '30개월 이상' 소의 수출중단을 요청키로 한 것은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광우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만은 안된다"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정부가 최대한 맞추는 자세를 보여 성난 민심을 수습해보려는 제스처다.

정부가 거센 국민적 저항에도 그 동안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과 국가간 협상의 신뢰성을 내세워 "고시 연기 불가"를 고수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현재의 정권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엿보인다.

관련해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30개월 이상 소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국민 여러분과 농어업인, 축산농가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들이 잇달아 '반성'의 목소리를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긴급 처방'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30개월 이상된 소의 한국 수출 금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험난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미국측에 양해를 구한 뒤 '30개월 여부와 관계 없이 광우병 위험물질(SRM)을 빼고는 수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 조만간 수입조건 당사자격인 미국 농업부에 추가협상을 요청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측의 태도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한거나 마찬가지인 만큼 미국측이 순순히 우리측 제안을 수용할지부터 미지수다.


미국 정부는 일관되게 "재협상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미 통상장관의 외교서한 형태로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을 인정해주는 것 정도면 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협상 파기'로 규정하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무역보복을 가할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협상'이란 용어는 한사코 피하려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협정문 개정은 아니더라도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을 막는 효과만 거두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재협상은 아니더라도 미국 수출업체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도록하는 제도적 장치만 마련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리측 요구를 받아들일 여지도 충분하다는 시각을 개진한다. 미국 내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비중이 15% 밖에 되지 않고 우리 국민의 거부감이 심해 수출한다고 해도 전체의 5%가량에 그칠 것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대만과 일본과도 쇠고기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30개월 이상 소를 순순히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 내 재협상이든, 추가 협상이든 미국과의 협상이 재개된다 해도 '차제에 잃어버린 검역주권을 온전히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진영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중단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됐던 수입위생조건 5항을 삭제하고 30개월 이상 소의 영구 수입금지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면서 30개월 이상 소의 국내 반입을 중단시킬 수 있는 '협상 수완'을 발휘할 수 있느냐로 집약된다. 더불어 국민들로부터 "잘못은 했지만 정부로서는 최대한 할만큼 했다"는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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