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은행들, 수모의 날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2008.06.03 12:28
- S&P, 월가은행 등급 하향 "미래 불투명"
- 와코비아 워싱턴뮤추얼 CEO 등 줄줄이 '해고'
- 신용위기 끝나간다던 정부인사들도 "아직은…"

미 뉴욕 월가 투자은행(IB)들이 2일 집단 수모를 당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대형 IB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한 데 이어 와코비아 워싱턴뮤추얼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질됐다.

월가에 신용위기 악령이 다시 살아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날 다우지수는 134.5포인트나 빠졌다.



신용위기가 끝나간다고 장담하던 미 정부측 인사들도 움츠러든 분위기다.
중동지역을 방문중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신용위기가 끝나기까지 수개월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미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심각한 위험 수준에 있다"고 진단했다.

◇ S&P, 등급 하향…추가상각 가능성 반영 =S&P는 이날 추가 상각 가능성을 반영해 모간스탠리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낮춘다고 밝혔다.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는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린 골드만삭스의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했다.

이어 S&P는 이들 4개 투자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은 '부정적'(Negative)로 낮췄다. S&P는 이와 함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간 체이스의 신용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씨티그룹 와코비아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하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의 신용 애널리스트인 타냐 아자크는 "이번 신용등급 하향 조치는 과거의 실적 부진보다는 향후 IB 사업부문의 약세 전망 및 추가 상각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세계 은행과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후 3870억 달러의 자산 상각과 신용 손실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이들 금융기관들은 2700억달러의 자산을 모집했다.


◇ CEO 줄줄이 경질…신뢰도↓ = 와코비아와 워싱턴뮤추얼 등 금융회사의 CEO들이 경질되면서 자산건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되살아났다.

미국 4위 은행인 와코비아 이사회는 서브프라임 부실로 지난 1분기 7억8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낸데 대한 책임을 물어 케네티 톰슨 CEO를 해임시켰다.

워싱턴뮤추얼도 이날 케리 킬린저 CEO 겸 회장이 실적 부진과 주가 급락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내달 1일부터는 사외이사인 스티븐 프랭크가 새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워싱턴뮤추얼은 서브프라임 손실로 70억 달러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주가는 최근 1년새 80% 가까이 하락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UBS의 마르셀 오르펠 회장이 물렀났다. UBS는 신용위기로 370억 달러의 자산을 상각했다.

◇ 신용위기 '터널 끝은 어디?' = 폴슨 장관은 이날 아부다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용위기가 끝나려면 몇 개월 정도 더 걸릴 것이고 아직도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폴슨 장관은 그러나 지난달 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용 위기는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며 "지금은 금융위기의 과정 중 시작보다는 끝에 가깝다"고 밝혔었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심각한 위험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록하트 총재 역시 "미국은 구조적인 무역수지 적자, 높은 원유 수입 의존도, 국고 결손에 시달리고 있다"며 "올해를 무사히 넘기고 내년부터 환경이 변하면서 숨통이 트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신용시장은 안정되고 있다고 강조해왔었다.

록하트 총재는 "최근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일부 보이기도 했지만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경제 성장 둔화는 주택 가격 하락과 신규 주택 건설 감소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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