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촛불시위 진압 당시 넘어진 상태에서 경찰에 밟히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준 이모(22)씨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일 이씨는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들이 짜증을 시민들에게 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나를 짓밟던 경찰도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경찰들도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서로 다치지 않게 시민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씨는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컴퓨터단층(CT)촬영을 마치고 귀가한 상태며 주치의는 "후두부(뒤통수)가 부어있으며 이씨가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뇌진탕'.
이씨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촛불시위에 나갔다가 경복궁 주차장 쪽 입구에서 경찰과 밀고 당기다가 경찰이 갑자기 10여 미터 정도 뒤로 빠졌고 사람들이 앞으로 쏠리자 이 와중에 나는 구석으로 밀렸다"며 "이때 경찰이 갑자기 나만 잡아끌더니 넘어뜨려 놓고 밟더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씨는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일단 버스 밑으로 숨었는데 달리 피할 방법이 없어 이내 다시 나왔다"며 "나오니까 경찰이 다시 머리채를 잡더니 땅에 꽂은 다음에 약 5~6차례 정도 군화로 짓밟았다"고 말했다. 1일 한 언론사가 공개한 동영상에 미처 나오지 않은 부분에서 또 폭행이 있었던 것.
폭행사건에도 불구하고 그는 "몸이 회복되면 촛불시위에 계속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서울대 국악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서울대 인문대학생회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이씨는 경찰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나를 짓밟은 경찰의 얼굴, 눈, 코, 입 모두 똑똑히 봤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파문이 확산되자 자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 경찰 한 관계자는 "아직 어떤 부대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태"라며 "밝혀지게 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사안에 따라 자체 징계 및 형사고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31일 촛불시위는 밤샘시위로 이어져 1일 오전 7시50분에 진압됐고 220여 명의 연행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일 새벽에도 광화문 사거리에서 청와대로 진출을 시도하는 촛불시위대를 경찰이 강제연행 및 해산해 70여 명이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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