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신약사냥' 막 올랐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6.03 09:05

한미·중외 등 바이오벤처 투자… 신약 개발 잰걸음

국내 대형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의 제휴가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최근 중외제약의 지주회사인 중외홀딩스는 바이오기업을 인수했고 한미약품은 지난 4월 바이오벤처 기업과 기술제휴를 맺었다.

이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약제비 적정화방안 등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제품을 가지고 영업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기업 투자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외제약의 지주회사인 중외홀딩스는 쓰리쎄븐과 자회사인 바이오기업 크레아젠을 181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국내 대형 제약사가 바이오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말 한미약품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신약후보물질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개발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310억원을 투자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바 있다.

두 제약회사의 공통점은 신약개발 능력이 회사의 규모나 역사 비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중외제약도 신약연구소를 세운지 15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신약보다는 병의 원인이 되는 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주로 연구해 왔다.

한미약품은 신약보다는 신약의 일부 성분을 변형한 개량신약이나 기반기술(플랫폼)과 관련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해 상당수의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확보하게 됐다.

제약사와 바이오기업간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R&D) 능력이 제약사의 지속성장의 필수요건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업체는 고부가가치의 신약개발에 나서야하는 상황에서 기술력과 후보물질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바이오기업과 제휴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재정적인 도움이 필요한 바이오기업의 경우 대형제약사의 현금동원력이 매력적일 가능성이 크다.


한성권 중외홀딩스 재무기획본부장은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선정부터 신약개발까지 연구기간이 길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를 직접 개척하는 것보다 관련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대형제약사의 자금력과 바이오벤처의 기술력이 결합하는 제약업계의 성공적인 M&A사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제약사의 바이오벤처 투자는 일회성 투자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3년여 전부터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은 유효물질과 기술을 사냥하는 전담 부서를 속속 설치했다.

LG생명과학, 동아제약, 한미약품, 안국약품, 녹십자 등 상위 제약사들은 기술협력을 전담하는 전문가부서인 ‘사업개발부’를 두고 있다. 중외제약의 경우 지난해 지주회사인 중외홀딩스를 설립하고 바이오벤처 투자를 적극 검토해 왔다.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은 국내 바이오기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김진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한국법인 대표는 “일부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기업들은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데다 우수 인력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GSK 역시 한국의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GSK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및 일본 법인의 사업개발 총괄책임자도 겸임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제약사와 바이오벤처의 전략적 제휴는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신약개발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임상시험 등을 바이오벤처기업에 아웃소싱하거나 아예 이들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제약사는 450억달러로 추정되는 연간 연구개발(R&D) 비용 중에서 35%(158억달러)를 아웃소싱에 사용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바이오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주력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매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제네릭 제품의 출시로 치열한 매출 경쟁에 내몰렸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엔진을 위해서는 신약개발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오기업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화이자는 항체 전문기업을 인수하고, 항암 백신기업의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독점적 판매권을 획득했다. 로슈는 항암제와 항감염증 전문기업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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