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이건희 회장 '신경영 15년' 재조명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6.03 11:24

5일 이건희회장 육성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 다시 듣는다

↑ 1993년 6월 당시 임직원들에게 신경영을 강연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

15년전인 1993년 6월 7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수백명의 임원들을 모아놓고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50여년간 굳어버린 삼성의 체질 변화를 간절히 갈구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이 오는 7일 15주년을 맞는다. 이달말 퇴진을 앞두고 있지만 그의 족적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신경영이 무엇이었기에 국제시장에서 '이름없는 저가 TV업체'였던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일까.

이 회장은 1987년 12월 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이듬해인 1988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변화를 촉구했으나 메아리는 크지 않았다. 50년간 지속된 관성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후로 6년이 덧없이 흘렀고 1990년대초반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한 백화점을 찾은 이 회장은 구석에 처박혀 먼지에 쌓여있는 삼성 가전 제품을 목격했다. 이 회장은 더 이상 3류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의지를 이같은 강한 어조로 표현했다.

신경영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경영기조.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라인 전체를 세워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신경영은 많은 일화를 남겼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휴대폰 화형식이다. 이 회장은 1995년에 설날 임직원들에게 선물로 돌린 2000여대의 휴대폰이 통화가 안된다는 불만이 들리자 같은 모델의 휴대폰 15만대를 전량 수거해 불태우는 '휴대폰 화형식'을 갖도록 했다. 그 금액만도 150억원에 달했다. 손해보더라도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신경영을 뿌리내리기 위한 충격요법이었고 고육책이었다.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을 필두로 94년 3월에는 '21세기는 한 명의 천재가 1만명, 10만명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천재경영론'을 펼쳤고, 1996년 1월에는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자는 `시나리오 경영론'을, 97년 1월에는 정보화 사회의 도래에 대비해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자는 `스피드경영론'을 제시해 변화를 주도했다.

새 천년에 접어들어서는 2001년 5월 강소국론, 2003년 12월 나눔경영론, 2005년4월 디자인경영론을 내놓았고, 지난 2007년에 들어서는 `창조경영'을 선언했다.

신경영을 필두로 이어진 '이건희식 경영'은 삼성전자를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의 전자업체에서 세계 톱 클래스의 IT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93년 삼성그룹의 매출은 41조원에서 2007년에는 160조원 이상(추산)으로 늘어나게 됐다. 4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세전이익도 당시 4900억원에서 2006년(2007년 통계 미확정)에 14조 2000억원으로 약 30배 늘었다.

삼성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2007년 포천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34위(전자부문 4위), 비즈니스 위크 선정 2007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 17위, 포브스 선정 2007년 '세계 2000대 기업' 순위 63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1993년 당시 이름없던 삼성 브랜드 가치는 최근 160억달러를 넘나들며 20위권에 진입했고 메모리 반도체와 디지털TV 등은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휴대폰도 세계 선두 진영을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이 안정적 성장세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있다.

이건희 회장이 이달말 경영일선에서 퇴진하지만 그가 15년전 던진 '품질 중심의 경영'인 신경영의 화두는 여전히 삼성 성장 신화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임직원들은 오는 5일 이 회장의 신경영 발자취를 당시의 육성으로 그대로 사내방송을 통해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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