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휴일도 없는 얼리버드였는데 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8.06.02 14:44

'쇠고기 정국', 흔들리는 실용정부 출범 100일

- 개미같이 있했는데 국민과 소통 단절
- 곽승준 수석 등 촛불집회 암행 "책임 통감"
- 류우익 실장, 직원조회서 "언제라도 책임 감수"

청와대는 2일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민심 악화에 일제히 자세를 낮추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얼리버드"(Early Bird), "노 새터데이"(No Saturday)를 외치며 쉴새없이 일해온 '결과'에 대한 착잡함이 새어나오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들이 지난 주말 촛불집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 민의파악을 위해 현장에 나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 시위 현장에 다녀온 참모들이 집회가 일반 시민 중심의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민심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일부 비서관들은 "집회 참가자 중엔 대선 때 우리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정부가 진심어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많이 반성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는 말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달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쇠고기 장관 고시를 거치며 주말 민심이 악화일로를 걷는 데 대해 "휴일도 없이 일하는데…"라며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이날 청와대 직원조회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류 실장은 먼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일과 주말을 반납하고 열심히 일해왔지만 국민은 국정을 비판하고 항의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우리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 나가야 한다"며 "이 국면이 매우 가슴 아프지만 우리가 이렇게 마음이 아프면 국민 마음은 얼마나 오죽할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열심히 일했지만 평가가 이렇게 낮은 데 대해 앞장선 사람으로서 언제라도 모든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해 만일의 경우 자신에 대한 인책론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직원조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게는 '자성'에 실렸지만 적잖은 당혹감과 착잡함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쇠고기 장관 고시 뒤 주말을 거치면서 청와대 분위기가 빠르게 침체됐다"며 "행정관급 이하 직원들도 미리 예정돼 있던 외부인사와의 약속까지 미루는 등 자세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의 미 쇠고기 수입 고시에 항의하는 24번째 촛불문화제가 지난 3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3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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