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GE가전 인수 검토의 속내

더벨 최명용 기자 | 2008.06.04 07:40

인수시 시너지 기대 어려워..경쟁률 놓여 고가 매각 유도 전략

이 기사는 06월02일(14:1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가전부문이 매물로 나왔다. 전세계 가전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이번 대형 딜에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 LG전자다.

전문가들이 보기엔 GE 가전부문을 인수해도 시너지효과가 별로 없다. 그래서 LG와 GE의 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처럼 일찌감치 인수포기를 선언하는게 낫다"는 말이 흔하게 들린다.

그런데 LG전자는 GE가전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중에 접을 게 뻔하다고 모두가 얘기하는 딜을 끌고 가려는 속내는 무얼까.

시너지 효과는 없다

지난해말 기준 GE가전의 매출은 70억달러, LG전자는 126억달러 선이다. 두 회사의 매출을 더할 경우 196억달러로 월풀(194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된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

제조업의 시너지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R&D 및 기술력, 생산기반, 마케팅 능력 등이 그것이다. 세가지 부문에서 LG전자는 GE를 앞선다.

R&D 기술은 LG전자가 GE를 따라잡은지 오래다. GE는 세계 최초의 백색가전 회사란 명성만 남았을 뿐 신기술 트렌트와 거리가 멀다.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백색가전의 신기술은 LG전자가 새로 내놓고 있다.

LG전자의 휘센 에어컨 속엔 로봇청소기가 들어 있어 에어컨 필터를 항상 새것처럼 청소해주고, 냉장고 내실엔 냉열판을 넣어 냉각 효율을 크게 높이는 신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냉매 조립기술, 세탁기의 엔진룸 기술 등은 LG전자가 더 뛰어나다.

생산 기반도 시너지를 찾기 어렵다. GE가 강점을 갖고 있는 시장은 미국 시장이다. GE의 매출 중 70%가량이 미국에서 발생한다. GE의 가전부문 생산 공장은 미국 켄터키에 위치하고 있다.

LG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가전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켄터키보다 멕시코 공장의 경쟁력이 우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건비 및 지대, 정부 지원등의 경쟁력이 탁월하다. 생산비용이 더 낮다.

게다가 미국과 멕시코는 FTA도 체결돼 있어 멕시코 공장도 미국내 공장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갖는다. GE도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검토할 정도다. LG전자가 GE의 생산시설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 중복 투자에 불과하다.


유일한 시너지효과는 마케팅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GE를 인수하게 되면 세계 최초의 가전회사란 브랜드를 얻게 된다. 세계 1위 시장 점유율과 미국 시장을 크게 확대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GE는 특히 미국 가전 시장에서 빌트인 제품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적게는 40억달러, 많게는 80억달러를 들여 얻는 효과가 브랜드 효과 뿐이라면 비용 낭비다. LG전자의 자체 현금도 1조원에 불과해 막대한 인수금융을 일으켜야 하고, 그 이자 비용은 GE가전 인수 효과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10년의 우정 지키고, 가상의 적 '발목잡기'

LG전자는 끝까지 인수 후보로 뛸 경우 두가지 비금전적인 소득을 얻게 된다. 우선 GE에 대한 우정을 과시해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LG전자는 GE와 10년동안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99년 광 레인지를 공동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등 가전 제품의 OEM공급을 하고 있다.

올해부턴 GE와 LG전자가 보유한 냉장고와 조리기기 관련 기술 특허를 양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협약을 맺었다. 이중엔 냉장고의 핵심 기술도 다수 들어있다. 수치화하긴 힘들지만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LG전자가 GE가전부문의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히는 것은 파트너십을 파기하겠다는 의미로 비쳐질 수 있다. 반대로 끝까지 인수경쟁을 펼쳐 가격을 한껏 올려놓고 빠진다면 '최소한의 의리'는 지키는 셈이 된다.

인수 경쟁률을 높여 GE 가전부문을 최종적으로 가져가게 될 경쟁사의 인수비용 부담을 늘릴 수 있다면 LG전자는 또 하나의 소득을 챙기는 셈이 된다.

GE는 가급적 높은 가격에 가전부문을 매각하려 하고 있다. 매각 희망가액은 50억달러 선이다. LG전자가 GE 가전부문 인수를 포기한다고 하면 GE가전의 매각가격은 그만큼 떨어진다. LG와 GE의 파트너십에도 마이너스 요인일 뿐 아니라 GE가전 부문을 인수할 경쟁자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일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전자와 GE의 합은 시너지를 내기 보다 중복 투자 등으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LG전자 입장에서 GE가전 인수전에 뛰어들어 경쟁사들이 가급적 높은 비용을 들이도록 압박하는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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