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후조사 "유가 투기세력 떠나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오수현 기자 | 2008.06.02 12:56
- CFTC, 2일 조사 착수
- '투기 vs 수요' 이견 여전
- 투기세력, 상품價↑ 영향 인정해야


관계 감독당국이 유가 급등 배후세력 색출에 나선 이후 헤지펀드와 투기세력의 유가 상승 베팅이 급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보도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지난달 30일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지난달 27일 마감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2만5867건의 유가 '넷롱포지션(순매수)'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순매수 계약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해 7월31일에 비해 80%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CFTC가 이날부터 최근의 유가 급등과 관련한 투기세력의 책임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것이 이 같은 유가 상승 베팅 급감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CFTC는 지난달 29일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유가 베팅이 시장 수요를 실수요 이상으로 부풀려, 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35달러까지 치솟는 데 일조했다는 주장에 따라 이와 관련한 투기세력의 책임 정도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CFTC는 또 의회로부터 석유 투자자들과 그들의 보유 자산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 공개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투기세력? 수요 증가?

미 의회는 불과 1년새 국제 유가가 두 배로 급등한 것과 관련, 투기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지난달 22일 미 의회는 원유시장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와 감독을 촉구했고, 공교롭게도 같은날 유가는 사상 최고인 배럴당 135.09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투기세력을 고유가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차킵 켈릴 OPEC 의장은 약달러와 투기 수요가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으며 현 상황에서 공급 부족은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유가 하락세를 근거로 투기 수요로 석유시장이 왜곡됐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주에만 3.7% 빠졌다. 이는 3월 마지막주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이다. 같은 기간 NYMEX에서 넷롱포지션을 포함한 롱포지션(매수) 계약은 21만5999건이 체결됐다.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7월31일의 26만4396건에 비해 18% 줄어든 수준이다.

이와 관련, 폴 토세티 PFC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은 펀더멘털에 따른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수와 롱포지션 계약 등을 살펴보면 조작이 없었던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청(EIA)의 지난달 13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수요 증가에 따라 올해 전세계 석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1.2% 늘어날 전망이다.

월터 루켄 CFTC 위원장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원유시장이 왜곡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최근의 고유가의 원인을 투기세력이 아닌 수요 증가에게 돌렸다.

◇투기세력, 영향력 인정해야

하지만 투기세력이 상품 가격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투기세력이, 투기적인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유가 등 상품가격을 끌어올린 것인지 아니면 펀더멘털을 보고 유가 상승에 베팅했는지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셉 스태니슬로 JA스태니슬로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투기세력이 원자재 시장에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투자해왔다"면서 "이들은 원유 수요가 치솟고 있는데 비해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지적했다.

석유 선물시장은 원유 생산업자와 정유업자 등의 상업적 트레이더와 헤지펀드와 상, 투기세력의 비상업적 트레이더가 양분하고 있다. '논리포터블 트레이더'(non-reportable traders)로 불리는 제3의 행위자도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이들 상업적 트레이더와 비상업적 트레이더 사이에는 향후 손실 보전을 위한 헤지투자와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성 투자라는 근본적 차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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