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든 시민들의 구호가 바뀌고 있다

류철호, 정현수 기자 | 2008.06.01 18:01

'촛불을 끌 명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확산

"제발 국민 말을 들으라"
"정부의 실정을 물대포로 막을 수 없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현장의 구호가 현 정부의 실정 전반에 대해 총체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촛불시위'가 한달을 넘기면서 시위의 주력군과 양상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경찰도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시위진압용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쏘는 등 초강수를 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1일 서울 명동에서 당 지도부가 총 출동한 가운데 '장관 고시 무효화 규탄대회'를 열고 부산, 광주.전남, 인천, 충청 등으로 예정된 장외투쟁 일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장 시위대의 촛불을 끌 명분을 찾지 못한 정부나 정치권도 속이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촛불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 촛불집회에 참가한 후 서울광장을 떠나 거리행진에 나선 2만여 명의 시민들.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주부와 아이를 목마 태우고 거리를 행진하는 젊은 아버지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당초 중·고등학생이 주축이 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지난달 24일을 기해 부모들까지 합세하면서 촛불을 든 주인들이 변한 것.

양재동에서 왔다는 주부 한모씨(44)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걱정돼 같이 나오게 됐다"면서 "아이 옆에 있으니 안심도 되고 (딸 아이의 마음을)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나왔다는 경기 안양의 김모씨(39)는 "아들에게 좋은 산교육의 현장이 될 것 같아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구호도 변하고 있다.

"광우병 소 수입반대" "이명박 반대" "너나 먹어 미친소" 등의 초기 구호완 다르게 "고시철회 " "이명박 탄핵" "독재타도" "폭력경찰은 물러가라"는 등 구호가 새롭게 등장했다.

◇경찰 첫 물대포 동원 = 31일 자정이 가까워지자 거리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종로구 효자로와 삼청로에 집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면서 상황은 급반전 됐다.

시위대와 대치 중이던 경찰이 시위진압용 살수차를 동원,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이후 첫 물대포가 동원된 것.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진압을 벌이면서 시위 참가자들 중 부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효자동 시위현장에서는 1일 오전 6시께 경찰의 물대포에 얼굴을 맞은 20대 여성과 남성 등 3명이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오전 3시께는 70대 할아버지가 119구조대 차량으로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경찰특공대 투입...시위 진압 강경선회 신호탄? = 1일 새벽까지 계속된 촛불시위를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촛불문화제'는 지난 1980~1990년대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난무하던 폭력시위와는 내용이 달라 경찰특공대가 투입될 만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특공대는 인질극이나 대(對)테러 등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투입돼 온 점을 감안할 때 경찰의 촛불시위 대응 방식이 강경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강경진압은 오히려 시위를 격화시킨다"며 "정부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특공대가 청와대 주변에 배치돼 있었는데 불을 지르고 차를 파손하려는 일부 과격 시위자를 제압하기 위해 투입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촛불을 끌 명분이 필요 =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의 대책도 시위 진압과 처벌에 국한된 것이어서 속이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는 촛불시위가 계속되면서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으며 법무부도 김경한 장관을 포함한 주요 간부들이 주말과 휴일에 모두 출근해 이틀 연속 대책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촛불을 끌 수단이 없다는 게 법무부와 검·경의 속내다.

이로 인해 검찰 등 공안 당국 내부에서는 "불법시위 확산은 모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막아야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문제 자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검·경과 입장만 다를 뿐 속 타는 심정은 같다.

당장 통합민주당은 거리투쟁을 선포했지만 '촛불문화제' 주체 측으로부터 정당 차원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다.

이는 '쇠고기 민심'이 '의도성 동참'을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안' 등으로 경색된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사정은 민주당과는 차원이 틀리다. 전국으로 확산된 촛불시위 상황을 지켜보며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은 "사태가 심각하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쇠고기 문제로 국한 시켜서는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인적 쇄신을 포함한 근본적인 쇄신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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