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訪中 3박4일… 격상·파격·홀대

칭다오=송기용 기자 | 2008.05.30 12:42
- 한중 관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성과 거둬
- 대지진 피해현장 방문 '파격' 제의,실용외교 돋보여
- 중국측 의도적 '홀대' 미,일 중시외교에 불만 표출

이명박 대통령이 3박4일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30일 저녁 귀국한다.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달 미국,일본 순방에 이어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정립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보다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쓰촨(四川)성 대지진 피해 현장을 찾는 파격적 행보로 10년만에 출범한 보수정권에 대한 중국측의 부정적인 시각을 일정부분 씻어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중국측 시각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한미동맹 폄하 발언을 시작으로 방중 내내 계속된 중국 언론의 의도적인 홀대 등 실용외교로 다가선 이 대통령을 머쓱하게 만드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에따라 '전략적 관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의 앞날이 험난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략적 동반자' 새 시대 개막 = 이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통해 거둔 최대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양국 관계를 기존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단계 격상시킨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인도 등 핵심국과 맺고 있는 외교단계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일본과 맺고 있는 ‘전략적 호혜 관계’보다 앞선 수준이다. 이에따라 1992년 수교 이후 꾸준히 발전해온 한국과 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의 공조체제가 강화되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과 전 세계적 이슈에 대한 긴밀한 협조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를 포함한 고위급 차원의 대화가 정례화된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후진타오 주석도 조기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경제분야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전략적 단계로 격상됨에 중국 정부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경제부처 장관들이 중국측과 수시로 만날텐데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그때 그때 전달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중 FTA 적극 검토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주요한 의제로 부각됐다.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지난 27일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추진을 적극 검토하자"고 합의했다. 28일 채택한 6개항의 공동성명에도 FTA를 양국에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해 나가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중 FTA는 중국측이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한국이 세계 1,2위 경제권인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FTA가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민감한 문제가 걸려있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측은 방중 내내 FTA 추진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와 관련, 양국 정상회담 합의문 작성시 "한중FTA를 적극 추진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자는 중국측과 "한중FTA 추진을 검토한다"는 수준을 원한 우리측 입장이 맞서기도 했다. 결국 합의문은 '적극적으로'라는 문구가 추가돼 "한중 FTA 추진을 적극 검토한다"로 결정됐다.


이 대통령은 중국측을 의식한 듯 "한중 FTA가 동북아 경제권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기회가 있을때마다 립서비스를 했다. 하지만 한국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는 "한중 FTA는 검토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고 말해 속내를 보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미국,유럽연합과의 FTA 체결이 최우선 과제고 그다음에는 인도,캐나다,멕시코,호주 등의 순이라며 중국,일본은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진피해현장 방문 깜짝 결정 = 전격적으로 결정된 쓰촨성 대지진 피해현장 방문은 이 대통령의 실용적 면모가 드러난 사례다. 타국의 참사현장을 외국 정상이 찾는다는게 외교관례상으로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실무선에서 '지진피해 현장을 방문하면 좋지 않겠냐'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경호와 안전문제로 결론이 내려지지 않다가 대통령의 결단으로 성사됐다고 공개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측이 피해현장을 공개하는데 꺼릴 수 있다"며 오히려 역효과가 날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처음에는 지진현장을 가겠다고 하면 중국 정부가 꺼려할 것으로 생각해 내심으로만 갖고 있다가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얘기를 꺼냈다"고 성사배경을 설명했다. 또 "양국의 진정한 우의를 위해 10년 걸릴 것을 1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했고, 도움보다는 성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지진피해 현장 방문은 한중 양국의 우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진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측도 대통령의 선의를 선뜻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후 주석이 시간이 많이 걸릴텐데 괜찮겠냐고 반문해 다른 시간을 빼서라도 가겠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직접 외무장관을 불러 협조를 아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中 외교결례,홀대 배경은 = 하지만 대통령의 방중 행보가 화기애애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한 27일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군사동맹은 역사가 남긴 산물"이라며 "냉전시기의 군사동맹으로는 세계와 지역이 당면한 안보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은 문제가 커지자 "한·미동맹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부랴부랴 해명했지만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측의 홀대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 대통령의 29일 베이징대 강연은 중국 방송사들이 생중계를 외면해 단순한 대학행사로 끝났다. 지난해 12월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베이징대 강연 당시 중국중앙방송(CCTV)이 연설과 질의응답에 해설까지 곁들여 1시간 반이나 생중계한 것과 대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비교할때 중국측의 결례와 홀대가 눈에 보일 정도"라며 "미국,일본 등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표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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