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물가에 초점"… 인하 시사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5.30 10:55
정부가 처음으로 환율정책에서 원자재값 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을 하향안정시키는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가가 안정국면에 접어들면 언제든 '고환율' 기조로 돌아간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은 29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조찬강연에서 "현재 환율정책은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서민생활 어려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거시정책 요인에서 경상수지,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외채규모가 늘어나고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특히 물가 불안이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가 등 수입물가 부담을 고려해 당분간 환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재정부의 고위간부가 공개석상에서 환율정책의 초점을 물가에 두겠다고 밝힌 것은 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최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뒤 이날 오전 10시15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3원 떨어진 1026.0원을 기록 중이다.


그동안 재정부는 "물가로 인한 아픔이 있는 것은 알지만 지금처럼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질 경우 2∼3년 뒤 경제가 어떻게 돼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고환율'을 지지해왔다.

이날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15억6000만달러 적자로 3월(1억1000만달러 적자)에 비해 적자폭을 확대했다. 배당금 지급에 따른 소득수지 악화와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 등이 컸다.

그러나 최근 유가 등 물가가 급등하는 문제에 대해 환율정책 측면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청와대마저 이에 동조함에 따라 재정부도 입장을 선회했다.

한편 재정부는 최근의 물가급등을 고려해 환율을 낮추는 쪽으로 일보후퇴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상승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재정부의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환율 정책에서 물가보다 경상수지가 좀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정책을 치우치게 펼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은 물가 쪽에 무게를 크게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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