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증권사 팔아 얻는 것은?

더벨 최명용 기자 | 2008.06.02 11:10

[이슈리포트/교보증권 매각]①건전성 개선 '별로'..시너지 창출에도 부정적

이 기사는 05월30일(15:0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교보증권 매각설이 증권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구체적인 매각 금액까지 나돌았고 교보증권은 조회공시 답변으로 "다음달 15일 이후 매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이를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의 매각을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매각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이다. 공시 그대로 다음달 이후 매각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일뿐, 매각 여부는 아직 미정이란 얘기다.

이같은 해명에도 교보증권의 매각설은 시장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력한 인수 후보들이 거론되며 시나리오가 정교해지고 있다.

여기서 시장 전문가들은 '교보증권 매각이 과연 합리적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선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경쟁력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경제 논리로만 보면 매각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쪽이 우세하다. 당장 교보증권을 매각할 만큼 교보생명의 재무적 상황이 나쁜 것도 아니고 자통법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을 매각할 경우 오히려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계열사와 유휴자산 매각

외국계 생보사들의 시장점유율이 급증하면서 교보생명 등 대형생보사들의 시장점유율은 급감했다. 교보생명의 시장점유율은 2003회계연도 17.1%에서 지난 회계연도 13.98%까지 떨어졌다.

더욱 시급한 건 재무건전성이었다. 교보생명은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시장점유율을 포기하고 체질을 개선해 우량 재무구조의 회사로 변신하자고 신창재 회장은 주문했다.

교보생명은 상품 구조를 개선하고, 계열사 및 유휴부동산을 대거 매각했다. 금융당국에 상장을 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해 달라고 읍소를 하기도 했다.

2006년엔 은평, 사당, 성동 사옥을 패키지로 매각했고, 지난해엔 교보자보를 프랑스보험그룹 악사에 팔았다. 이와 별도로 코어세어 인베스터, 핀벤처등이 참여한 유상증자(3700억원)도 단행했다.

교보증권의 매각은 이같은 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교보자보를 매각한것처럼 교보증권도 매각을 위해 시장의 반응을 떠봤다. 그러나 높은 가격을 부르자 원매자들이 하나 둘 발을 뺐고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 사이 유상증자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면서 교보증권 매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물론 상장도 무기한 연기했다.

재무상황 좋아졌다


교보생명은 지난해까지 단행한 일련의 구조조정으로 재무건전성을 크게 높였다. 4년전 100%를 간신히 넘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200%대로 올랐다. 지난해 9월 지급여력비율은 207%, 12월엔 224%를 기록했다.

교보생명은 자체자금외에도 후순위채와 재보험가입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확보하고있다. 후순위채 발행잔액은 약 3400억원, 재보험가입비용은 약 5000억원 정도다. 후순위채를 통한 지급여력비율 상승 효과는 17%, 재보험을 통한 지급여력비율 상승효과는 20% 내외로 추정된다.

재보험은 가장 쉽게, 가장 싸게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자체 잉여금이 부족한 중소보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편법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재보험을 이용한 지급여력비율 인정에 대해 일정 제한을 두기로 하고, 올 4월부터 재보험의 지급여력인정비율을 50%로 제한키로 했다.

이같은 조치로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약 10% 포인트 가량 하락될 것으로 추산된다. 교보증권의 매각은 지급여력비율 하락을 상쇄하는 효과가 나온다. 현 자산구조로 볼 때 6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 5~10%p의 지급여력비율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금융그룹 시너지 잃을라

그러나 재보험 관련 지급여력비율 하락분을 상쇄하기 위해 증권사를 판다는 건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200%를 넘는 수준의 지급여력비율은 안정권이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12월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지급능력 평가도 최고등급인 AAA였다.

이런 상태에서 10%p의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또 상품구조 개선으로 대규모 당기순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급여력비율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보증권의 매각이 교보생명 재무건전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교보금융그룹' 관점에서 장기 발전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업 라이선스가 중요한 자산이 된다.

금융계열사간 시너지 효과가 높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교보생명의 자산을 교보투신이 운용하고, 각종 채권 발행 등에서 교보증권을 활용할 수 있다. 교보증권 창구에서 보험을 팔고, 보험설계사가 펀드를 판매하는 교차판매도 예상할 수 있다. 이같은 효과 때문에 대기업들은 앞다투어 증권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신정평가 이강욱 선임연구원은 "자통법을 대비해 증권 계열사는 유지하는게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경제적 효과만 분석한다면 교보증권을 매각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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