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건 인수 4파전 '대우엔진' 누가 달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08.06.06 12:05

[머니위크]대우조선해양 매각… 어디로?

올 8월로 예정돼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우선매각협상을 놓고 재계 선두권 그룹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바야흐로 대우조선을 놓고 벌이는 재계의 안개정국이다.

뒤이어 등장하는 하이닉스와 현대건설이라는 매머드급 매물이 대기상태지만 대우조선의 매력에 이미 4개 그룹이 러브콜을 보낸 상태다. 인수가격만 7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는 대우조선의 인수가격을 놓고 인수의향을 밝힌 그룹사들은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 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포스코, GS, 한화, 두산그룹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올해 자산총액기준 그룹 순위는 포스코(6위, 38조5000억원), GS(7위, 31조1000억원), 한화(12위, 20조6000억원), 두산(13위, 17조원) 순이다.(공기업 제외)

이미 재계 22위에 8조7000억원의 자산총액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을 이들 기업이 인수할 경우 재계 순위가 대폭 올라가게 된다. 우선 공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포스코는 인수 성공시 롯데그룹과 자리바꿈을 하며 재계 빅5에 들어가게 된다.

연이은 M&A 실패로 자존심이 상한 GS도 이번 인수를 성공하면 포스코를 제치고 6위에 올라서게 된다.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한화로서는 이번 인수전을 통해 한진과 금호아시아나, KT를 제치고 세계단이나 뛰어오를 수 있다. 중공업분야로 기업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두산도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한화를 넘어서 한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덩치를 키우게 된다.

◆포스코, 실탄은 넉넉...효과는 글쎄

대우조선 인수전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포스코는 넉넉한 실탄을 배경으로 인수에 한발짝 앞선 상황이다. 당초 제철사업과 별개의 분야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포스코가 인수전에 적극적 공세를 취한 이유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재계의 추론이다.

박 명예회장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창사 40주년을 맞이한 해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재도약의 기회를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대우조선의 인수를 통해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선업이 철강에서 후판의 주요 소비자이기는 하지만 수요의 증가로 인해 공급 부족현상을 겪고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십년을 거래해온 기존 조선업체를 버리고 대우조선에 편향적인 물량공급을 감행할 경우 업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포스코의 세계 철강사 조강생산 순위는 2위권이다. 미국과 벨기에에 상장돼 있는 아르셀로미탈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생산량 1억2000여만톤의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뒤를 이어 일본의 신일본제철ㆍJFEㆍ포스코가 3000만톤대에서 치열한 순위경쟁을 하고 있다.

2006년 세계 철강업계 1위인 미탈스틸이 2위인 아르셀로를 인수하면서 포스코와는 비교가 안되는 거대기업으로 몸집을 키운 것도 포스코가 위기의식을 갖는 원인이다. 중국의 성장세로 인해 위 아래로 압박을 느끼는 포스코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GS, 고배는 이제 그만

올 초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M&A시장에 참여해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룹의 신성장 동력 에너지로 과감한 인수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의 인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GS는 M&A시장에서 지속적인 고배를 마셔왔다.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금호아시아나에 뒤처진 상처와 하이마트를 유진그룹에 빼앗긴 것은 허 회장의 자존심에 큰 상처로 남았다. 인천정유와 현대오일뱅크의 인수실패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GS와 M&A는 연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대우조선 인수를 표명한 만큼 허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2006년부터 TF팀을 갖추고 그동안 꾸준히 정보 수집을 한 만큼 대우조선 인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룹사의 각개전투는 GS의 부담이다. 대우조선은 GS홀딩스에서, 현대오일뱅크는 GS칼텍스에서, 민영화되는 공기업 중 에너지 분야는 GS건설이 각각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선택과 집중’에는 거리가 있다.

GS그룹의 주력회사인 GS칼텍스의 1분기 경영부진도 대우조선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분기 경영개선이 예상되고 낮은 부채비율로 실탄을 마련할 여력이 생기기는 하지만 쟁쟁한 경쟁 그룹사와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5월까지 알려진 GS홀딩스의 차입 규모는 5조원 미만으로 인수 예상금액 7조원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현금 보유액에서 타 그룹에 뒤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GS리테일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 김승연의 베팅 변수

앞선 두 그룹에 비해 자금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화로서는 대우조선의 인수는 가시밭길이다. 대한생명 인수를 통해 얻은 것은 지배구조의 악화와 특혜의혹으로 인한 정부와의 앙금만 남은 상태다.

지난 2002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인수한 대한생명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대우조선이 산업은행이라는 정부 산하기관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갈등을 빚은 한화로서는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 한화는 예보와 인수자격을 놓고 국제분쟁절차를 거치고 있다.

다만 한화에는 ‘김승연’이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에 아직 상황을 속단할 수 없다. 김 회장의 과감한 베팅 때문에 대우조선의 인수가격이 두배로 뛰었다는 말이 시장에서 돌기도 했다.

최근 한화그룹은 인수 시 중요 항목 가운데 하나인 고용승계에 관해 ‘100%’를 공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화측은 과거 M&A 때에도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았으며 신용과 의리를 주요 가치로 삼는 한화의 전통에 따라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두산, M&A 노하우 살리겠다

인수 참여 그룹 가운데 인수 시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이는 두산그룹은 M&A시장에서 노련미를 자랑한다.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등 크고 작은 인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건설장비분야를 인수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잉거솔랜드의 소형 건설장비분야 자회사인 밥캣은 업계 세계 1위를 영위하는 기업으로 약 5조원에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처럼 M&A시장의 공룡인 두산이지만 형제간 갈등으로 드러난 분식회계는 인수협상에서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와 겨룬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두산은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는 이유로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

이같은 이유로 두산은 1200억원에 중앙대학교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며 사회적 공헌활동 알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두산엔진(옛 HSD엔진)과 더불어 대우조선의 흩어졌던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는 시너지효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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