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부동산 대박'의 진실은?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08.06.05 16:00

[머니위크]홈쇼핑 아파트 분양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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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분양상품이 홈쇼핑에 등장했다. 업계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2월22일. 경남기업과 현대홈쇼핑이 광주 탄벌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885가구(106~290㎡)를 처음으로 분양하면서다.

그동안 아파트 분양광고는 TV나 지면을 통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 회사는 홈쇼핑을 통해 아파트 분양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방송이 나가자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방송 시청률이 0.27%를 기록하며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 두번째로 홈쇼핑을 통해 분양을 한 곳은 우림건설이다. 우림건설은 10월 서울 상암DMC지구에 위치한 실버주택형 주상복합아파트인 상암 카이저팰리스 클래식의 모델하우스를 오픈했으나 분양이 잘 이뤄지지 않자 2월 말 GS홈쇼핑을 통해 런칭했다.

일단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1시간 방송동안 2800여콜(상담전화)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당초 목표였던 300콜을 크게 능가하는 수치였다. 김우식 우림건설 분양사업실장은 “실버주택이라는 수요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며 “홈쇼핑 광고 후 보름간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우림건설은 홈쇼핑 런칭 이후 3월 한달간 20%의 계약 증가를 보였다. 현재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60세 이상만 분양받을 수 있는 실버주택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60%대의 높은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4월 BXT리조트개발은 대한전선과 함께 건설하는 필리핀 세부의 임페리얼팰리스 리조트를 농수산홈쇼핑을 통해 분양했다. 농수산홈쇼핑측은 “해외 리조트를 홈쇼핑을 통해 분양한 첫 사례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4월9일부터 1시간동안 방송된 필리핀 세부 막탄섬에 위치한 이 리조트는 2003년 한 홈쇼핑에서 판매한 캐나다 이민상품(2시간 1200억원)을 능가하는 800억원에 이르는 대박을 터뜨렸다. 단위시간으로 계산하는 업계의 관행으로 볼 때 이 리조트 분양사업은 홈쇼핑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5월30일에는 CJ홈쇼핑에서 1시간가량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에 위치한 벽산건설의 블루밍 일산 위시티가 방송됐다. 전체 2350가구를 분양한 이 단지는 꾸준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어 홈쇼핑을 통해 잔여물량 털기에 나선 것이다.

◆홈쇼핑, ‘부동산 대박’의 진실은?

그러나 홈쇼핑을 통한 아파트 판매는 사실상 금지돼 있다. 직접 거래를 하지 않는 무형상품(업계에서는 실제로는 형태가 있으나 직접 제품을 배송하지 않는 상품의 경우 이같이 표현한다)의 경우 직접 판매가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심의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홈쇼핑은 3주 정도 소요되는 해당 상품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등을 판매하려는 시행업체 측은 방송광고 형식을 빌어 1시간짜리 상품소개를 하고 실제 판매는 오프라인 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방송을 보고 관심있는 고객의 경우 전화문의나 상담을 통해 홈쇼핑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홈쇼핑은 이 정보를 시행사에 넘기는 형식이다. 즉 홈쇼핑을 통한 아파트 분양은 '판매'가 아닌 '광고'인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홈쇼핑에서 매출로 잡고 있는 콜수는 이 경우 해당사항이 없다. 콜수가 매출과 직결되는 일반상품과는 달리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 고가 상품은 상담전화에서 매출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농수산홈쇼핑이 지난 4월에 방송했던 BXT리조트개발의 임피리얼팰리스 세부 리조트 상품에서 불거졌다.

농수산홈쇼핑은 방송 이후 이 상품이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도자료를 냈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를 가감 없이 보도화했다. 그러나 BXT리조트 개발에서 분양한 리조트 객실은 99.6㎡(30평형) 160실에 불과했다. 객실 하나당 분양가가 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물량 전체가 팔렸다 하더라도 320억원에 불과하다.


방송 직후 이처럼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 자체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지만 전체가 팔려도 320억원에 불과한 매출이 800억원으로 둔갑한 것이다.

BXT리조트개발의 한 임원은 “방송 이후 약 20억원(계약건수 10건)의 거래가 있었을 뿐 농수산홈쇼핑에서 낸 자료는 우리측과 상의 없이 낸 것”이라며 “홈쇼핑측에서 지나치게 자사의 실적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농수산홈쇼핑 한 관계자는 “홈쇼핑이 일반적으로 콜수에 가격을 곱해 매출을 산출하기 때문에 실제 거래로 이어질 경우 800억원에 이른다는 형식으로 자료를 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눈으로 직접 보기 힘든 해외 부동산의 특성상 빠른 계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홈쇼핑 광고에 대한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는 힘들지만 농수산홈쇼핑에서 주장했던 400명 모집과 BXT리조트개발에서 내놓은 10건의 계약은 괴리가 있다.

부동산 상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대홈쇼핑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이미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 현대홈쇼핑은 2003년 8월과 9월 두번의 방송을 통해 캐나다 마니토바주 이민상품에 3918명의 계약자가 몰렸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첫 방송에서 80분만에 1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도 2003년 10대 히트상품으로 선정할 만큼 당시 선풍적인 이민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후 실제 계약 성사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마니토바주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이민을 통해 병역을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방송해 방송위로부터 ‘경고 및 관계자 경고조치’를 받고 ‘과장광고’라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홈쇼핑에 등장한 부동산, 실속은?

홈쇼핑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시중보다 싼 가격과 금융 할부, 추가구성 등을 이유로 구매를 한다. 홈쇼핑의 높은 매출은 박리다매 전략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 으레 소비자들은 ‘홈쇼핑=할인가’라는 등식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파트 같은 무형상품의 경우 홈쇼핑만의 ‘특별한 혜택’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때에 따라서 제품가격과 비교해 미미한 사은품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분양가 할인이나 이자비용 감면 등 기존 분양상품과 차별화된 혜택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할인 상품을 내놓았다가는 이미 계약을 완료한 기계약자들의 원성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5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한 계약자가 반년이 지나서 같은 상품을 시행사에서 4억8000만원에 팔고 있다면 먼저 구입한 계약자들의 분노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홈쇼핑에 등장하는 부동산은 결코 싸거나 좋은 물건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을 통해 판매했던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주변 시세의 아파트보다 3.3㎡당 100만~200만원 높았다”면서 “고급 인테리어와 좋은 입지를 강조했지만 싸거나 좋은 매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물론 부동산의 홈쇼핑 등장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정보를 전달하고 판매를 위해 소비자를 모델하우스까지 움직이게 하는 분양광고의 일종”이라며 “짧은 시간에 이미지만 전달하는 TV광고에 비해 오랜 시간 현장을 보여주고 사업장 정보를 제공하는 홈쇼핑은 사이버모델하우스가 갖지 못하는 단점을 충분히 보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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