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넓은 전문지식 요구..고객 가정사도 내 일"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06.10 08:41

[머니위크 커버스토리]CFP 수석합격 이지연 농협 강남PB센터 팀장

"연세가 많은 고객들이 많아요. 고객들의 말을 많이 들어드리는 편이죠. 콩을 비린내 안날 정도로 구워서 식초에 담가 먹으면 고혈압이나 심근경색에 효과가 있다며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고객도 있어요."

PB 업무는 고객들의 자산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고객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조언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기도 한다.

이지연 농협중앙회 강남PB센터 팀장은 PB로서는 신출내기다. 올 2월부터 PB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고객들과의 상담에서는 베테랑이다. 작은 오해로 자녀들 사이에 재산다툼이 벌어진 한 고객의 고민을 듣고 '터놓고 얘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물론 그 고객의 가정은 화목을 되찾았다.

이지연 팀장은 1997년에 농협에 입사해 일선 영업점에서 각종 업무경험을 쌓아왔다. 준비된 PB다. 이 팀장을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지난해 실시한 국제공인재무관리사(CFP)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것.

그는 자신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농협이 전체적으로 학구열이 높다며 자신을 낮췄다. 이 팀장은 "농협직원 중에는 주경야독하며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샐러던트(봉급과 학생의 합성어)가 많다"며 "CFP의 평균 합격률은 20%선이지만 농협 직원들의 합격률은 보통 30~40% 정도고 많을 때는 50%까지도 된다"고 설명했다.

◆CFP는 자격증이라기보다 실무준비과정

이지연 팀장은 CFP 시험을 준비하게 된 동기에 대해 "CFP는 종합재무설계가 필요한 PB고객들에게 양질의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공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투자, 위험관리, 은퇴, 부동산, 세금, 상속설계 등의 분야를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업무에서도 고스란히 적용하고 있다. PB고객들은 자산규모가 클 뿐 아니라 자산의 구성 또한 복잡하다. 재무적 요구 또한 다양하다. 원래부터 체계적인 학습이 중요한 분야다.

이 팀장은 "단순히 투자수익률만을 올리는 펀드 설렉터(fund selector)가 아니라 고객의 재무적 요구나 비재무적인 요구를 포함해 적합한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는 재무전문가로서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전문지식 및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와 세제를 포함한 금융관련 정책이나 규정, 화폐의 시간가치 개념에 대한 이해 등 폭넓은 전문지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업무는 판단의 연속이다. 단순히 수익률 높은 펀드(ELS펀드 포함)를 가입해 이자 및 배당 소득을 높여야 할 때가 있다. 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안 되도록 다소 수익률은 낮더라도 분리과세 펀드를 가입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나이가 있는 고객이라면 사전 증여를 고려해 차후의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는 투자, 세금, 상속설계를 아우르는 종합재무설계가 필요한 것이며 CFP 준비과정에서 닦은 실력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어울리는 짝 소개해 달라는 어르신도 있어요"

PB로서의 삶은 참 많은 것을 바꾸게 했다. 고객들과의 상담내용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물론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자료를 분석하고 재무설계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도 당연하다.

이지연 팀장에게는 고객의 사적인 고민이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업무가 됐다.

이 팀장은 "연세가 있는 고객의 은퇴나 노후설계를 하다 보면 많은 금액의 사전 증여를 원하는 자녀들과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런 때 고객의 현 생활수준 유지를 위한 노후자금의 확보는 필수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조언을 해드리기는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기도 해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담이긴 하지만 연세가 있는 고객이 농담 삼아 좋은 이성을 소개시켜달라고 해 좀 난감할 때도 있다"며 "물론 앞으로 능력이 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소개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며 웃음을 지었다.

◆"더 공부할래요"

이지연 팀장은 꿈이 있다. 아직도 공부가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서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능력있는 탁월한 PB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지금 상황에선 쉽진 않겠지만 향후 금융 MBA에 가서 폭 넓게 금융공학을 공부하고 선진 금융기법을 배워 농협뿐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일조를 했으면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은 필수"라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Certified Financial Planner)란=한마디로 '금융주치의'를 말한다. 미국에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윤리, 교육경험, 자격시험의 자격인증요건을 충족하는 재무설계의 전문성을 인증한 국제공인 개인종합재무설계사다. 투자, 위험관리, 은퇴, 부동산, 세금, 상속설계 등의 분야를 아우른다.

즉 개인의 재무적, 비재무적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개인이 원하는 목표에 따라 재무계획을 수립, 실행하고 점검을 함으로써 개인이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무전문가다. CFP는 고객이 설정할 재무목표를 성취하게 함으로써 고객이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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