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식 리더십'의 한계..정치력 부족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이학렬 기자 | 2008.06.02 10:40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 경제성장 극단적 추진 국정시스템 마비

-정치적 대표성과 책임성 결여
-'나홀로 가겠다'는 식으로 비쳐져
-공직사회 흔들기도 악영향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전인 지난 1월23일 81.3%까지 나왔다. 대선 득표율이 48.7%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렸다. 취임 전후로 50%대로 하락했고 지난 5월초 조사에선 25%대로 떨어졌다. 취임 100일을 맞는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지율 성적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고경영자(CEO)의 한계' '정치와 소통의 부재' '일방적 독주'…. 혹평 일색이다. 100일 잔칫상에 올릴 만한 덕담은 거의 없다. 이른바 '신혼 효과(honeymoon effect)'도 찾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우선 이 대통령의 CEO 경력이 도마 위에 오른다. 경제 살리기를 이슈로 그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은 CEO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CEO로서 승승장구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반대자, 소수자, 비판자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리더십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 경제 성장을 위한 효율성만을 극단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 수반이 갖춰야 할 정치적 대표성과 책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에서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던 이용섭 통합민주당 의원은 "CEO는 이윤 창출이 목적이지만 대통령은 경제주체가 이윤을 제대로 창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은 정치적 리더십 부재와 소통의 단절로 이어진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탈여의도 정치를 외쳤지만 탈여의도가 구태와의 단절이 아닌 입법부와의 관계를 무시한 채 나홀로 가겠다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며 "싫든 좋은 협조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일방적인 독주가 심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혼선과 성급한 성과주의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세균 통합민주당 의원은 "국정 시스템이 마비돼 있고 매우 조급하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정책 흐름을 조율하고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마음이 앞서 성급히 성과를 내려는 게 아쉬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권 인사들은 정권 교체 이후 체계가 미비해 일정 정도 혼란이 있었지만 이제 자리를 잡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구차스런 변명 같지만 정부 출범 후 정부 조직 개편이 있었고 당 차원에서는 총선 등 굵직한 행사가 있어 정책들이 제대로 구사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새 체제가 안정되고 있어 당정이 머리를 맞대면 조만간 국민들에게 필요한 조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공무원 조직의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국정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공조직, 관료"라며 "정부 출범 초 조직 개편을 한데 이어 계속해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비판이 집중되다 보니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고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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