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펀드, 금융비중늘려 위험 최소화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8.06.05 08:37

[머니위크] 돈되는 펀드, 돈잃는 펀드

“국제유가가 오르면 이에 비례해서 러시아펀드 수익률도 상승하나요.”(기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러시아 오일 관련주들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호재를 이미 충분히 반영하고 있습니다.”(기준환 이사)

JP모건자산운용코리아의 기준환 이사는 5월29일 국제유가와 러시아펀드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묻는 기자에게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려줬다. 기 이사는 “러시아 에너지 관련주들은 이미 충분히 급등했다”며 “JP모간은 현시점에서 에너지업종에 중립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러시아 에너지 관련기업들의 수익이 호전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주가는 이미 이를 충분히 선반영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신 소재나 금융 소비재 등이 향후 전망이 좋다고 덧붙였다.

기 이사의 답변은 한마디로 ‘러시아펀드=고유가 수혜‘라는 일반투자자들의 정서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단순히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만 기대하고 러시아펀드에 투자했다가 자칫 크게 실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 이사는 러시아펀드중 국내최대 규모인 ‘JPM 러시아주식종류형자 1A’(설정액 2615억원, 이하 러시아펀드)를 위탁운용하고 있다.

◆ 원주 비중이 가장 높은 러시아 펀드

JP모간의 러시아펀드는 지난해 9월17일설정됐다. 5월27일 기준으로 설정이후 수익률은 15.5%에 달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8.2%를 나타냈다. 원화투자금액에 대해 100% 환헤지를 하고 있다.

러시아펀드는 이름보다 투자대상이 넓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에 속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기업에도 투자한다. 이들 국가의 기업들도 주로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기업 등 러시아 펀드의 투자대상은 1300여개. 러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과 이들 주식에 기반해서 발행된 DR(주식예탁증권)이다. 원주와 DR의 투자 비중은 비슷하다.

기 이사는 “국내에서 운용중인 러시아펀드 중에서 원주 비중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는 JP모건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 현지사무소를 두고 있어 현지사정에 정통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현지 펀드매니저인 올레그 비률로프가 DR 미발행 업체중에서 성장 전망이 양호한 종목을 발굴, 투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올레그 비률로프는 1994년부터 JP모간 러시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으며 신흥시장 및 러시아 주식형펀드를 운용한다. 기업실적 대비 저평가 종목이나 성장가능성 높은 종목을 발굴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JP모간 내부 평가다.

◆오일주 비중 축소, 금융비중확대

러시아 펀드의 또다른 특징은 벤치마크 대비 에너지업종의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5월23일 현재 러시아펀드는 에너지 업종에 19.4% 투자하고 있다. 벤치마크인 ‘MSCI 러시아 10/40’(37.8%)보다 18.4%포인트 적다.


기 이사는 에너지업종의 비중축소 이유를 “올들어 러시아 에너지관련주들의 급등을 촉발시킨 감세발언 등 호재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월 이후 최근까지 석유회사에 대해 감세혜택을 주겠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잇단 발언으로 에너지 관련주들이 급등, 현 주가는 고평가 상태라는 게 JP모간의 판단이다.

대신 금융과 음식료 등 내수소비재의 주가전망을 좋게 봤다. 이들 업종이야말로 대표적인 오일달러 수혜주라는 게 JP모간의 판단이다. 오일 달러를 통해 소득이 증대한 러시아인들이 선진국 수준의 소비성향을 보여 이들 업종의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러시아연방통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러시아의 소비지출은 1462억달러로 2006년 같은기간 대비 21.6% 증가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러시아 펀드는 이들 업종의 비중을 벤치마크보다 많이 편입했다. 5월23일 현재 금융(11.3%→18.0%) 음식료(1.5%→9.1%)는 벤치마크보다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최대 리스크

러시아는 최근 기준금리를 10.25%에서 1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신흥시장중에서 최고수준인 연 14%대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러시아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요인이라고 JP모간은 인정한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이 연 14%로 신흥시장장중 최고수준”이라며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서너차례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통화절상을 통해 물가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금리인상은 러시아 증시에 단기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장기 성장을 위해 단기긴축은 불가피하다는 게 JP모간의 입장이다. 기 이사는 "향후 계속될 금리인상은 러시아 증시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강한 만큼 금리인상 충격을 덜 받는 업종에 투자하는 것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리인상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소매와 농업의 비중을 늘리고 금융업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즉 실질금리가 -5%대에 달하고 있어 러시아 소비자들이 저축보다는 소비를 늘리고 있어 소매와 농업업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금융업종은 대출비중이 낮은 국책은행 등으로 투자대상을 좁혀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유동성도 예의주시 대상

유동성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 러시아의 시가총액이 한국수준에 불과해 펀드투자자들이 대량 환매에 나설 경우 유동성 위험을 배제하기 힘들다. 특히 러시아 증시는 국내처럼 전자결제가 아니라 현물결제이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잠복해 있다는 게 펀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매매체결후 주권을 인수받는데 한달이상 걸리는 종목도 있다.

기 이사는 “JP모간은 현지 사무소를 통해 러시아 증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4배이상 자금이 유입돼도 환매자금을 마련하는데 문제가 없게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말 러시아 증시의 시가총액은 1조100억달러로 한국증시와 비슷한 규모다. 상장종목수는 1300여개이며 주요 증권거래소로는RTS(Russian Trading System)와 MICEX(Moscow Interbank Currency Exchang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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