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리스크를 황금의 열쇠로 바꿔라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8.06.09 08:41

[머니위크 기획]직업별·연령별·자산별 리스크 관리

"은행 예금은 부자로 가는 장애물이다. 안전을 생각하는 분산투자 역시 결국 이익과 손실을 상쇄시키는 상황을 만들어 제로(Zero) 지점에 도달하게 만든다."

스위스 출신의 투자가 막스 귄터는 그의 저서 <스위스 은행가가 가르쳐주는 돈의 원리>를 통해 부자가 되는 원리의 제1법칙은 "리스크를 거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어찌보면 극히 도발적인 주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저명한 투자가들은 자산의 분산을 통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지 않는가.

일견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리스크를 거는 것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정반대의 개념은 아니다. 리스크 요인 자체가 곧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광옥 SK증권 방배지점 차장은 "리스크가 높다는 것만으로는 좋은 투자 전략이다 아니다를 단정할 수 없다"며 "손실 가능성보다 수익 가능성이 많은가 적은가에 따라 좋은 투자냐 아니냐가 판가름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 요인은 대개 황금의 열쇠보다는 쪽박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기 십상이다. 이처럼 리스크 요인이 곧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워렌 버핏은 "최대의 리스크는 자신이 투자하는 분야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라며 투자자가 처한 상황의 리스크 요인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대응하는 전략을 요구한다.

◆세대별 리스크 관리 달리해야

#1. 공기업에 다니는 A(43)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함께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두자녀를 키우며 나름의 여유있는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던 2년 전 어느날 주변사람들이 아파트값 상승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안양의 전용 면적 102㎡인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아파트값 상승의 장미빛 희망은 커녕 대출금 상환 등에 다른 부담으로 재정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7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3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구입한 것이 화근. 대출금의 2년 거치 기간이 끝난 후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면서 매월 250만원의 지출을 감당키 어려운 상태가 됐다.

월 세후소득이 6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인 A씨는 외벌이라 해도 처음에는 그리 대출금 상환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예상과 달랐다. 매월 고정 생활비 350만원에 보험금 50만원, 게다가 아이들 교육비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형편이라 250만원씩 부채 상환이 더해지면 매월 100만원 이상의 적자가 쌓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집값은 처음 샀을 때보다 더 떨어져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걱정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다. 대출이자 상환에 따른 부담에 취ㆍ등록세만 날린 꼴이 됐다.

A씨의 사례는 유독 '운'이 없는 경우는 아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중장년층 가족의 자화상이다. 부동산 자산의 쏠림현상이 빚은 문제지만 A씨의 재정적 위험의 원인은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이동인 포도에셋 재무컨설턴트는 "경제적 정년을 대비하지 못한 것이 리스크 현실화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60세까지 일할 수 있으면 이 근로기간동안 지속적인 저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오산이라는 것. 이 컨설턴트는 "라이프사이클상 실제 경제적 정년은 평균 47세 정도"라며 "우리나라 가장들이 40대 중후반이 되는 시기는 대개 자녀들이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시기로 이후에는 자녀들의 교육비가 폭발적으로 증가되기 때문에 수입이 있다해도 사실상의 저축 여력이 거의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개인의 리스크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40대 중후반 이후에는 부동산에 대한 무리한 지출보단 자녀교육이나 노후대비 자금 마련에 중점을 두는 전략이 유용하다는 것. 즉 연령에 따른 특수한 재무 리스크 요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20대부터 30대는 생애 재무설계 목표에 따라 결혼자금, 주택구입자금, 자녀 교육비 마련 등의 종자돈 만들기가 중요한 시기다.

이러한 2030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재무 위험 요인은 ▲과도한 소비와 부채 등으로 인한 저축 부족 ▲신혼부부의 재무설계 불일치로 인한 자산관리 방향 상실 등이다.

김치홍 신한은행 잠실PB센터 팀장은 "2030시기에 재무목표를 확고히 하지 않으면 원하는 재테크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며 "재무목표를 갖지 못하는 자체가 커다란 재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3040시기는 수입의 상승과 함께 소비 또한 상승하는 시기로 ▲거주지 확장에 따른 주택 비용 ▲자녀교육비 문제 등이 가정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4050세대의 가장 대표적인 재무 위험 요인은 조기 은퇴. 노후준비 뿐 아니라 자녀의 교육비와 혼례비 등으로 목돈 지출이 예상되는 시기임에도 필요자금에 비해 자금 여력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편향된 투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김치홍 팀장은 "젊을 때는 투자할 큰 돈도 없고 설사 손실을 봐도 만회할 시간이 있지만 노후를 준비해야 할 4050시기의 손실은 가정 경제에 미치는 악요인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의 투자가 젊은층의 공격적인 투자와 달리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50대 중반 이후에는 퇴직으로 소득은 없어지는데 반해 생활유지를 위한 고정비용의 발생으로 '소득 대비 과다 지출' 상태에 빠지기 쉽다. 노후 질환으로 인한 과다한 의료비 부담도 중대한 위험으로 연결되곤 한다.

김인응 우리은행 서초PB팀장은 "장수리스크에 따른 노후 준비는 늦어도 40대 전에는 시작해야 소득이 급감하는 50대 퇴직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직은 개인 투자자의 대표적 리스크 요인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재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거두는 수입이다. 따라서 직업적 상황에 따른 리스크 요인의 점검은 재무 안전성 확보의 관건이 된다.

#2. 억대에 이르는 기계장비를 취급하는 B씨. 워낙 고가의 시설 장비다보니 1년에 1~2개가 거래되는 수준이라 한번에 목돈이 들어오고나면 오랜동안 수입이 끊기기 일쑤다. 때문에 B씨는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재정을 꾸려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대부분이 겪는 리스크 요인이 바로 유동자금의 확보 문제다. 사업이 잘 돼도 자금의 회전이 원활하지 않으면 치명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동인 재무컨설턴트는 "직장인은 만일의 위험을 대비해 대략 1~2개월 생활분 정도의 유동자금만 마련되어도 좋다면 자영업자는 최소 6개월치 이상을 준비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사업장과 가계 재정의 분리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사업장에서 관리되는 투자를 위한 자금과 가계유지 비용은 따로 관리돼야 한다는 것. 이동인 재무컨설턴트는 "가계비용은 다시 사업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게 재무설계를 통해 주택마련이나 자녀교육, 노후준비 등 각 자금 목표에 맞게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 관리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직장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재무 리스크 요인은 두말할 나위없이 실직.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팀장은 "직장인이 실직을 맞는 것으로 인한 위험은 금융상품으로는 몇억원의 예금을 잃어버린 것같은 손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직장인이라면 다른 어떤 투자상품보다 자신에게 집중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 배분이 리스크 관리의 첫걸음

#3. 전문직에 종사하는 C씨는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바라볼 때 흥분된 마음에 펀드에 무려 5억원을 투자했다가 현재 손절매를 고심 중이다.

분산 투자 차원에서 20개의 펀드에 나눠 넣었지만 이후 증시의 변동성을 줄여가는 현명한 반안은 되지 못했다.

#4. 지난해 초 강남의 오피스텔을 처분했던 D씨는 요즘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5년 넘게 보유하면서 월세 관리하고 신경쓰기가 귀찮아 팔기로 작정했던 것. 하지만 3개월이 넘게 팔려고 내놔도 잘 팔리지 않다가 어느날 매입 의뢰가 들어와 얼른 팔아버렸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5년 넘게 보유하는 동안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던 오피스텔이 팔고 나자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인근에 국내굴지 그룹의 S타운 입주가 예정됐기 때문이었다.

윤의필 골든브릿지금융판매 PB팀장은 "투자의 위험 요인을 낮추기 위해선 투자자가 무엇보다 관련 상품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D씨가 조금만 주변 부동산 동향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S타운의 입주 호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C씨 역시 펀드 상품의 분산뿐 아니라 시기와 자금의 분산 등이 필요하다는 기본 원칙을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주식, 부동산, 펀드의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정광옥 차장은 "흔히 투자하면 종목부터 선정하고 타이밍 잡는 것부터 생각하기 쉽지만 이보다는 자산배분이란 큰 틀에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어떤 상품을 편입했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부동산에 몇 %, 채권에 몇 % 투자하라고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기는 어려운 게 또다른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3. 3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