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에서 '파행'으로 막내리는 17대 국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8.05.29 09:13

29일 임시국회 폐회로 막 내려...'4대법안·BBK'에 '쇠고기·FTA'까지 정쟁얼룩

- 새 정치, 민생국회 기대감 속 출범
- 여야 충돌 '몸싸움국회' 재연
- 쇠고기·FTA 공방, 18대 국회로

 17대 국회가 5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끝으로 29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정국 와중에 탄생한 17대 국회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희망을 등에 업고 힘차게 닻을 올렸다.

 17대 국회는 여대야소 구도와 진보정당의 약진으로 정치사상 최초의 '보혁 균형'을 이뤘다. 초선 의원과 여성 정치인들이 대거 중앙 정치무대의 전면에 등장해 퇴행적 정치문화와의 단절도 기대됐다.

 그러나 '희망'은 끝내 '좌절'로 갈무리됐다. '민생국회'를 바랬던 국민적 염원과 달리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공방으로 얼룩진 탓이다.

개원초부터 '4대 개혁법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국 정치의 '고질'인 몸싸움 국회가 재연됐다. 후반기에는 국민연급법, 로스쿨법 갈등이 국회 파행을 낳았다.

 'BBK'로 상징되는 대선 기간의 정치 공방은 17대 난장 국회의 절정이었다. 새 정부 출범 후 전개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은 새출발하는 18대 국회에도 두고두고 짐이 될 전망이다.

 ◇ 새정치 '혹시나' 구태정치 '역시나'= 2004년 4월15일에 치러진 17대 총선은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총선 결과는 탄핵 역풍의 힘을 빌린 '노무현'과 '민주화 세력'의 승리였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했고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개헌저지선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탄핵역풍이 되레 의회 권력의 교체를 낳는 파격을 연출했다.

 17대 총선 당선자들의 면면도 '파격'이었다. 젊은 피가 대거 수혈돼 국회의원 299명 중 초선 의원이 188명으로 63%를 차지했다. 여성 의원 39명이 당선되면서 여성의 정치 참여도 확대됐다.

특히 10석의 의석을 건진 민주노동당은 한국 정치사에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이란 첫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파격'이 '파행'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7대 국회 첫 해엔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신문법 등 소위 '4대 개혁법안'이 국회의 발목을 잡았다. 이념색이 강한 여권의 386들과 한나라당의 보수 정치인들이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였다.

 지난 2005년 12월에는 사학법 개정에 반발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2006년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장외투쟁,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갈등,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 대치 등도 정쟁 국회를 상징하는 사건들이다.

 ◇ 쇠고기·FTA 공방, 18대 국회에 짐 넘겨= 지난해 대선 정국도 시종 극심한 정치 공방이 지배했다. 심지어 각 당의 경선 과정에서부터 여야 갈등 못지않은 신경전이 전개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목이 이어졌고 열린우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통합민주당 내에서도 경선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졌다.

 이 대통령의 'BBK 연루 의혹'은 검찰 수사와 여야간 고소·고발전으로 번졌다.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고받은 민형사 소송 건수만 도합 55건에 달한다.

특히 대선 직전에는 'BBK 특검법' 처리를 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본회의장 및 단성 점거는 기본이고 심지어 전기톱으로 본회의장 문을 따는 모습도 연출됐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한나라당이 18대 4.9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에도 뒤바뀐 여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새 정부 첫 조각 인선을 두고 잡음이 일더니 여야 각 당의 공천 과정에서도 사단이 벌어졌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개방 협상과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는 17대 회기를 이틀 남겨둔 28일까지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었다. 여권은 한미FTA를, 야권은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은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18대 원구성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비준안 처리를 적극 재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정쟁으로 점철된 17대 국회의 여진은 18대 국회의 초반에까지 파행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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