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조선업체의 약진 "기회냐 위기냐"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05.29 09:08

성동조선, SPP 등 수주기준 세계10위권… "부실 우려도 여전"

국내 후발 조선업체들이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지 3~4년,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단기간에 급성장해 수주 규모에서 중견 대형사들을 위협하는 업체도 나오는 반면 원자재난과 과잉투자에 따른 부실 우려도 함께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에 '든든한 허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조만간 '두 손'을 드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는 우울한 소문도 있다.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의 또다른 단면이다.

◇세계 50위내 조선소, 3년새 9개->16개= 조선·해운 시황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3년 전인 2005년 4월말 당시 세계 50위내에 속한 국내 조선사는 9개였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한진중공업이 1~6위, STX조선이 9위. 이들 7개사를 제외하곤 신아조선(현 SLS조선, 33위), 대우조선의 자회사인 대우망갈리아(38위) 등이 50위내에 들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4월말 기준으로는 모두 16개 업체가 50위 내에 들었다. 기존 9개사 외에 성동조선(8위), SPP조선(22위), STX그룹의 중국법인인 STX대련(24위), SPP해양조선(25위), 한진중공업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27위), 대한조선(40위), C&중공업 (0원 %)(47위) 등 7개가 새로 진입했다.

이중 성동조선과 SPP그룹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성동조선은 4월말 현재 수주잔량이 3041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국내 7위, 세계 8위다. SPP그룹은 계열인 SPP조선과 SPP해양조선을 합칠 경우 3064CGT로 성동조선에 버금간다.

이들 두 회사의 수주량은 기존 대형사인 한진중공업을 위협하는 규모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조선소만 보면 수주잔량이 1649CGT, 필리핀에 운영중인 수빅 조선소를 합치더라도 3055CGT 정도다. 수주 규모로 보면 신조 경력 3~4년 된 후발 조선업체들이 '국내 조선업의 역사'라는 한진중공업을 따라잡은 것이다.

한 후발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성장하면 대형조선소들이 만들지 않는 중소형 선형 수주가 모두 중국 조선소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중국 조선업계를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형화 VS 특화"= 후발 조선업체들의 성장 전략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초기부터 대형 도크 등 대규모 설비로 비교적 다양한 선종을 수주하는 대형화 전략과 한두가지 선종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특화 전략이다. 대형화 전략을 쓰는 곳이 대표적으로 성동조선과 대한조선, 특화 전략을 활용하는 업체는 SPP그룹과 C&중공업을 들 수 있다.

대형화 전략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포함한 다양한 선종 생산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규모와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따른다. 든든한 재무와 기술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특화 전략은 소수의 선종을 반복 생산함으로써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초기 투자자금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신경쓰이는 위기론= 성장세 못지 않게 위기론도 점증하고 있다. 조선용 후판 등 원자재난이 극심하고, 금융기관들의 금융지원도 엄격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환급보증(RG) 발급이다. 후발 조선업체들이 원자재난 등으로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은행권은 지난해 말 이후 일부 중소업체에 환급보증(RG)을 내주지 않고 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했을 때 발생할 피해를 은행에서 발주사에 대신 보상해 주는 것을 약정하는 일종의 지급 보증이다. 선주들은 RG 발급을 확인한 후 대금 지급을 시작하고 조선사는 이 자금으로 설계, 원자재 확보 등 제작에 사용한다. RG를 받지 못하면 계약이 취소되거나 자체 자금으로 조달해야 한다. 어느쪽이던 자금 압박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업체들이 우선 거론되지만 건조 실적이 있고 규모가 있는 후발 조선업체들도 완전히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모가 큰 후발 업체들도 2년전 수주한 선박들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고 인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일부 업체들의 얘기라며 전반적인 위기로 인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업체들도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소들의 납기 지연으로 한국 조선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 후발 조선업체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좋아 내실 있게 잘하는 곳은 상당히 잘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만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결국 조선업 호황이 얼마나 지속 되느냐에 따라 후발 조선업체의 운명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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