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이 바뀐 병원-제약사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5.28 11:07

4개 대학병원 임상센터 설명회

대학병원 임상센터장들이 제약회사 관계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 27일 국가임상사업단 주최로 열린 ‘국내제약기업 초청 제1회 R&D(연구개발) 육성 정책토론회’ 자리에서다. 센터장들은 제약사에 해당 임상센터가 가진 특징과 장점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병원들이 제약사들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할때 자기 병원을 이용해달라고 설명회를 가진 것이다.

전통적으로 병원은 제약사에 대해 우월적 지위,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다. 의사가 절대적인 처방권한을 쥐고 있어, 처방에 따라 제약사의 매출도 달라지기 때문. 그런 의사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섰다는 자체가 큰 변화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날 발표에 나선 곳은 경북대, 인하대, 전북대, 충남대병원 등 4개 병원이다. 한 임상센터장은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임상센터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며 “과거처럼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제약사를 상대하던 대학병원의 모습은 잊고 친절한 임상센터를 기대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임상시험’은 제약사들이 대학병원에 대한 일종의 우회적인 지원이었다. 대학병원 교수들인 임상센터장들이 굳이 마케팅에 나설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대학병원들은 임상시험센터를 늘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제약사는 정확한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해졌다. 단순히 우회적인 지원의 개념으로 임상시험을 접근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국내 임상시험이 늘어나면서 병원들도 저마다 임상센터에 최신시설을 갖추고 공간도 넓히는 등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병원의 새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임상센터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연구소장은 “최근 국내 임상센터들이 하드웨어 측면에서 양적인 팽창이 이뤄졌다”면서도 “질적인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신약을 다른 회사들보다 빨리 개발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임상시험이 필수이며 국내 임상시험의 수준은 아직 해외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임상과 해외 임상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병건 녹십자 개발본부장은 “한미FTA 이후 신약개발을 가장 빠르게 하는 방법은 국내와 외국에서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라며 “외국 병원과의 교류를 통해 이같은 기회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직도 의사들과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제약사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힘있는 의사들에게 직접 임상시험과 관련한 내용을 상의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며 "임상센터와 제약사가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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