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 여고생 구하자" 네티즌 온·오프 집단항의

조철희 기자 | 2008.05.27 17:22
↑27일 서대문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연행 여고생을 석방하라는 네티즌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27일 새벽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중 여고생이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 벌어지면서 네티즌들은 오프라인에까지 활동범위를 넓혔다.

과거 네티즌들은 주로 인터넷상에서 의견을 나누거나 관련기관에 항의글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가 확산되며 인터넷으로 연락을 취해 길거리 집회에 합류하는가 하면, 항의전화를 걸어 자신의 뜻을 직접 전달하는데까지 발전했다.

이날 새벽 3시경부터 여고생 연행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우선 포털이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어린 여학생을 구하자며 여러 의견을 교환했다.

네티즌들은 일단 여고생이 송치된 서대문경찰서를 겨냥했다. 새벽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항의글은 27일 오후 4시 현재 800건을 넘어섰다. 이 게시판의 하루 평균 게시글은 10건을 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네티즌들의 '집단행동'은 날이 밝자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경찰서에 항의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서 경찰서 각부서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서로 항의전화를 독려했다.

그 결과 경찰서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밀려드는 항의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민원전화 업무를 맞고 있는 한 직원도 "오늘(27일) 서대문경찰서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15일 같은 사례가 있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집회신고한 전주의 한 고등학생이 5월초 학교에서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네티즌들은 관할경찰서인 전주덕진서와 전북지방경찰청 홈페이지를 그야말로 '폭격'했다. 접속자 폭주로 홈페이지는 마비됐다.


이와 동시에 경찰서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당시 덕진서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호주 등 해외에서까지 항의전화가 와 하루 종일 업무가 마비됐다고 한다.

해당 학생이 경찰 조사 후 학교 교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에는 고등학교의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이 학교 교무실 전화도 불통이 될 정도로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네티즌들은 서대문경찰서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연행 여고생'의 석방을 요구하자고 서로 독려했다. 네이버의 한 카페에 올라온 게시물 캡쳐화면.

이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인터넷과 네티즌의 힘이다. 미성년자인 어린학생이 명백한 범법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로부터 구금조사를 받거나 학교에서까지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지자 네티즌들은 분노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여고생 구금조사의 경우 관련소식이 전해지자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는 '여고생이 서대문경찰서에 연행됐다'는 글이 곧바로 올라왔고 서대문경찰서 홈페이지 주소와 각 부서의 전화번호가 공개됐다.

이런 글들이 이른바 '펌'(게시물을 스크랩해 다른 사이트로 옮기는 것)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의 위력은 배가됐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네티즌들은 어린 학생이 경찰서에 구금되는 경우처럼 정서적·도덕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수단(인터넷)을 얻은 네티즌들이 그것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같은 현상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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