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레코드판으로 시대를 읽는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08.05.28 12:11

[브라보 my LIFE]20년간 모은 LP판 3000여장…김종천 상명대 교수

"LP레코드판은 시대를 듣는 툴(tool 도구)이자 보는 틀(frame) 입니다."

오는 6월 30일일까지 상명대 내 책사랑 갤러리에 '70년대 한국 팝 LP음반전'을 여는 김종천 상명대 문헌정보학과 교수(55·사진)의 말이다.

김 교수는 LP판을 '시대를 반영하는 청각 시각 예술의 집합체'라고 정의했다. 음반의 알맹이 뿐만 아니라 '껍데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음반 커버를 대중예술로 분류할 정도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LP 커버를 연구한 책도 많이 나와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반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레코드판만 생각합니다. 커버에는 관심이 별로 없죠. 저는 커버까지 포함한 음반 자체가 시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음악적 요소와 시각적인 부분을 조화롭게 보여주려는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전시된 70~80년대의 앨범을 보니 짙은 화장으로 한껏 멋을 부린 여가수, 촌스러운 장발머리에 청바지와 통기타를 들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당시의 분위기와 문화가 고스란이 담겨 있다.


그는 한대수의 '물 좀 주소'가 실린 음반을 꺼내들었다. "원래는 한대수씨의 찡그린 얼굴 사진이 표지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회에 대한 반항이라고 금지돼 표지가 바뀌었지요. 김민기, 양희은씨의 앨범도 노골적이진 않지만 암시적으로 저항정신을 표출했죠. 이 때의 음반을 보면 대부분 사회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습니다."


음반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모습이 음악평론가 못지 않다. 문헌정보학을 연구한 교수가 왜 책 대신 레코판을 모으게 됐을까. 그는 "LP판도 저장 매체라는 점에서 책과 다르지 않다"고 대답했다. LP는 '책의 변주'라는 것. 책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고서(古書)를 들여다보니 옛 음반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됐다.

"퇴근하는 길에 거의 매일 헌책방에 들르다보니 근처 광화문에 레코드가게에도 발걸음이 가더라고요. 80년대부터 교수생활하면서 번 돈을 책과 음반을 사는데 쏟아부었습니다. 그 때 친해진 가게주인들도 많았죠. 제가 결혼할 때 단골가게 주인 15명이 다 출동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부터 20년 동안 모은 레코드판은 3000여장이다. 거실은 말할 것도 없고 침실까지 들어찼다. 가족들에겐 장소가 마련되는 대로 다른 곳에 옮길 것이라고 둘러댔다. 보관할 자리가 마땅치 않자 한동안은 음반가게에 발을 끊기도 했다. 그래도 길을 가다 헌책방이나 음반가게가 보이면 한번씩 들어가 기웃거린다며 멋쩍게 웃었다.

"혼자만 감상하기에는 너무 많을 정도로 과포화 상태니까 문제긴 해요. 아까울 때가 많습니다. 여건이 되는대로 여러사람들과 같이 감상하고 즐기는 공간을 만드는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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