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시행되는 정부과천청사 주차장 유료화 때문이다. 앞으로 자가용을 몰고 다니려면 주차비로 하루에 2만원씩 부담해야 한다. 월급이 200만원 조금 넘는 처지에 한달 주차비로 40만원(20일 출근 기준)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지하철을 타자니 1시간20분이 걸린다. 자가용으로는 30분 걸리는 거리다.
지하철로 출근했다가 밤늦게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난감해진다. 늘 바쁘게 돌아가는 재정부에서는 저녁 늦게 "내일 아침까지 회의용 보고서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지기 일쑤다. 보고서 작성하느라 지하철마저 끊기도 나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택시비도 만만치 않다.
또 업무 특성상 수시로 여의도 국회를 오가야 하는 과천청사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자가용이 없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차량으로 30분이면 닿는 여의도지만 지하철을 2번 갈아타면서 가면 1시간30분이 걸린다.
점심, 저녁 식사도 문제다. 매일 구내식당만 갈 수도 없고 외부 식당도 가야 하는데 과천청사의 위치상 걸어서 갈 수 있는 식당은 한정돼 있다. 승합차를 보내주는 식당도 있지만 일행이 3명 이하면 그마저 이용할 수 없다.
주차장 유료화로 자가용을 몰고 오는 공무원이 줄어들면 과천 주변 식당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면 하루 주차비로 4000원만 내면 된다. 이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1만원이다. 새벽 이른 시간과 밤 늦은 시간에는 교통편이 없다는 현실을 감안, 주차료를 낮춘 것이다.
하지만 K사무관은 "하루에 1만원 정도 아끼려고 꼭두새벽에 출근하거나 밤 10시 넘도록 사무실에 남아있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주차비 아낀다고 매일 아침 7시 출근해 밤 10시 넘어 퇴근하다간 몸이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사 주차장을 유료화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휘발유 값이 ℓ당 2000원까지 치솟고, 석유 수입 때문에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선 만큼 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해 휘발유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환경오염과 교통체증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 세종로청사도 이런 이유로 5월부터 주차장을 유료화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의 세종로청사와 외딴 섬과 같은 과천청사는 사정이 다르다. 교통망을 비롯한 주변 인프라가 비교가 안 된다. 지하철 노선만 봐도 세종로 주변에는 1호선(시청역, 종각역), 2호선(시청역), 3호선(경복궁역), 5호선(광화문역)이 모두 지나가지만 과천에는 4호선 하나 뿐이다.
과천청사 주차장 유료화로 기름 사용이 줄어든 덕에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사기와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K사무관은 "대통령은 공무원더러 '머슴'이라고 하고, 공무원의 가장 큰 꿈인 장관되는 것도 '민간인 장관시대'를 맞아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며 "그나마 믿었던 공무원연금도 축소되고, 인력감축으로 신분보장조차 불투명해지는 마당에 청사 주차장까지 유료화한다니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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