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분' 걸린 한미FTA 관계장관 회의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8.05.26 15:35

오바마 발언 및 17대 국회 압박용

-韓총리, 17대 국회 비준 적극 당부
-김종훈 본부장 "오바마 발언은 정치적"
-정부 "美 신뢰성 고려시 무위 안될 것"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6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한미FTA 관계장관 회의를 열었다.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의 한미FTA 반대 발언과 17대 국회에서 물 건너간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는 한 총리를 비롯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이영희 노동부 장관,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회의는 35분만에 끝났다.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한마디씩 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그저 관계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이처럼 '보여주기'식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현재 한미FTA와 관련해 정부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에서 중요한 한미FTA가 암초에 걸려 있는 상황을 정부가 두 손 놓고 쳐다볼 수만도 없는 처지다.

따라서 이날 회의는 오바마 발언과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외면하고 있는 야권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 제스처로 소집됐던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회의는 무슨 대책을 논의하기보다는 '타이밍' 차원에서 개최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회의를 조기에 끝낸 이유는 오바마 의원의 발언을 크게 염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김종훈 본부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바마 의원의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이제 대선정국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부시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에서 FTA 관련 행사를 한 데 이어 미 업계도 한미 FTA를 빨리 처리하라고 의회를 압박하고 있어 오바마 의원이 이런 서한을 보낸 것 같다"고 설명하고 "특히 미국 자동차 노조(UAW)가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UAW는 민주당 경선에서 나섰던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을 지지했으나 에드워드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고 오바마 의원 지지 의사를 밝혔음에도 아직까지 오바마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오바마 의원의 이번 한미FTA 반대 발언은 선거전략상 필요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유력 대선후보라 하지만 야당 후보의 발언을 두고 정부가 당장 대책을 세우는 것도 국제정치상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오바마 의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한미FTA 비준을 마냥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활로 타개책으로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해온 미국으로선 국제 신뢰를 무시한 채 마냥 FTA 비준을 덮어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한미FTA 관계장관 회의는 오바마 의원보다 국회를 겨냥한 '국내용'이란 의견도 있다.

야권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쇠고기 협상을 연계시키며 계속 처리를 미룰 경우 비준동의안 처리 자체가 하반기로 미뤄져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진욱 외교통상부 한미FTA 기획단 과장은 "한미FTA 비준이 18대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한미 양국 모두 FTA비준 문제가 통상문제를 벗어나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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