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치료제 약가조정後 BMS의 고민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 2008.05.27 09:51

스프라이셀 1알당 5.5만원 수용할듯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고민에 빠져있다. 자신들이 제시했던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결정된 새 백혈병치료제 '스프라이셀'의 가격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없지않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고민으로 보인다.

스프라이셀은 지난해 1월 식약청으로부터 시판승인을 받고,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 결렬로 정부의 약가적정화방안 시행이후 처음으로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회부됐던 약이다. 조정위가 열린 것이 처음이었고, 약가가 결정되기까지 시한을 넘겨가며 무려 4차례나 열린 끝에 약가가 결정됐다.

이를 통해 결정된 약가는 BMS가 생각했던 가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정위는 건보공단측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제대로된 설명도 없었다. 1알당 5만5000원이라는 약가를 받아들고 BMS는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애시당초 건보공단과의 처음 약가협상 때 약가를 받는 게 옳았다는 후회까지 했다. 괜스레 막대한 시간과 비용만 허비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BMS는 조정위의 결정에 대한 수용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BMS가 로슈의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의 전철을 따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로슈는 지난 2004년 건보공단이 제시한 보험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해당제품을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BMS가 스프라이셀 판매를 거부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는 게 BMS주변의 분석이다. BMS가 판매거부라는 카드를 사용,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찌됐든 BMS는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 줄다리기에서 일단 패했다. 약값으로 보면 참패다. 하지만 과정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건보는 상대방인 BMS는 물론 조정위원들을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했다. 조정위가 공단의 손을 들어준 것은 공단논리가 옳아서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조정위는 실질적인 조정에 나서지도 못했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이같은 약점을 가진 당국에 BMS가 강수를 둘 이유는 없어보인다. BMS는 이미 건보공단에 소중한 선례를 제공했다. '공단에 맞서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의 전달이다. 이번 약가조정은 약가적정화방안 시행이후 다국적 제약사와의 첫번째 사례였다. 더구나 공단이 필수의약품으로 인정한 약의 약가결정이었다.

기왕에 건보공단의 희생양이 되기로 했다면 어설프게 지느니 확실하게 지는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BMS가 약가 수용은 물론 백혈병 환자들이 부담해야할 본인부담금, 약가의 10%까지 기부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다. BMS가 그동안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던 부분은 바로 '환자를 볼모로 한 협상'이라는 논리였다. '돈을 벌고, 환자도 살리자'가 아니라 '환자를 살리고, 돈도 벌자'라면 약가가 결정된 이상 더 따질 필요가 없다.

현재 BMS가 골몰하는 것은 환자들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BMS는 환자들에게 기존약보다 싸고, 좋은 약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스프라이셀은 약가협상 과정에서 그 환자들에게서 배척 당했기 때문이다. 백혈병환우회가 앞장을 섰다.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본인부담금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비쳤는데도 마찬가지였다. BMS는 공단이 아닌 환자들로부터 거부당했다는 사실에 고민에 빠져있다는 것. 스프라이셀은 환자들에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약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판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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