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낳은 유통형제, 누가 이길까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8.05.25 16:06

이마트vs홈플러스, 업계 양강체제… 홈플러스, 1라운드 기선제압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로 유통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2006년 월마트, 까르푸가 한국 시장을 떠나면서 매각된 지 2년여만에 또 다시 업계를 뒤흔든 대형 M&A이기 때문.

홈에버 인수로 홈플러스는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태풍의 핵'으로 부상, 신세계 이마트와 일전을 벌이게 됐다. 특히 신세계는 홈플러스와 삼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형제지간'이지만 이제 대형마트 1위 자리를 두고 세기의 대결을 펼쳐야할 숙명의 라이벌이 된 묘한 인연으로 더욱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 뿌리는 삼성..토종 vs 외국계로 숙명의 라이벌 변신
=대형마트 이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는 삼성에서 분리된 유통회사다. 삼성이 1955년 동화백화점을 인수, 63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97년 삼성에서 계열분리됐다. 이후 2001년에 지금과 같은 신세계로 상호가 변경됐다.

홈플러스의 삼성 테스코도 ‘친정’은 삼성이다. 신세계가 삼성이 자식을 출가시킨 경우라면 삼성 테스코는 삼성이 해외에 입양 보낸 경우에 해당된다.

삼성은 94년 분당 서현역사를 낙찰받고 유통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홈플러스는 97년 대구에 처음 열었다. 그러나 97년 IMF 위기로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삼성의 유통사업은 일대 위기를 맞았고 99년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에 매각됐다. 2006년 삼성플라자를 애경에 매각하면서 삼성의 유통사업은 모두 정리됐다. 삼성 테스코는 ‘삼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현재 영국 테스코 지분이 94%에 달하는 외국계 기업이다.

◇철옹성 이마트, 홈플러스발(發) 일격에 '흔들'=지금까지 신세계는 대형마트 업계에서 이마트의 독보적인 지위로 인한 프리미엄을 누려왔지만 홈플러스의 갑작스런 일격에 1위 수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내부적인 심리적 압박도 부담이다. 특히 홈플러스가 복병으로 등장, 이마트의 최근 공격적인 출점 활동도 무색해졌다. 이마트는 올들어 처음으로 여의도점, 남양주시 도농점 등에 점포를 잇따라 열었다.


주가도 얼어붙었다. 신세계는 홈에버 매각 사실이 발표된 14일 6.89% 급락한뒤 약세 국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신세계 주가는 매각 발표 이전 대비 4.75% 빠졌다.

특히 증권가에서 신세계의 최근 주가 조정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추세를 전환하기엔 역부족인 모습. 구창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로 이마트 매출에 미칠 영향은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며 "그러나 부동의 1위 지위가 흔들린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 테스코는 기세등등해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에버 인수 결정으로 회사 내부 분위기가 매우 고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덩치 키우기를 '속빈 강정'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홈플러스 영업이익률은 3.4%에 불과하고 홈에버는 적자 회사로 영업이익률 8.1%인 이마트에 비해 크게 뒤져있고 이마트는 부지확보, 바잉파워면에서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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