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리포트]최중경 차관의 '고환율' 필요론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5.26 14:30

"원화 고평가는 대중적인 정책"..환율 상승 유도 지속될 듯

이 기사는 05월26일(12: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통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분명 'popular(대중적인)'한 정책이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23일 여의도에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국내 물가가 치솟고 중소기업들이 환헤지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최 차관은 참여정부 초기에 정부의 환율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인물. 당시에도 고환율 정책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행사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로 전세계 통화가 절상되는 와중에도 최 차관의 철통같은(?) 방어로 원/달러 환율은 2003년말까지 요지부동이었다. 적어도 파생상품을 동원한 시장개입으로 외국환평형기금에 큰 구멍을 낸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최 차관은 외환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복귀한 최 차관은 그 전과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돌아오자 마자 환율을 뜯어 고치고 있다.

"원화절상(환율하락)이 대중적인 정책"이라고 한 그의 발언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당장은 대중의 대부분인 소비자를 이롭게 하는 정책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손해가 되는 정책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차관은 "우리나라는 기러기 경제로 접어들면서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 방향(환율)에 상당히 민감하게 됐다"면서 지난 몇년동안 개인들이 누렸던 원화 절상의 혜택을 "대중적인 정책"이 빚어낸 결과로 해석했다.

환율이 하락해 달러나 엔화 값이 싸지자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고 해외 명품 수입이 급증, 경상수지는 적자로 둔갑하고 국내 소비는 살아났지만 수출기업들은 사지(死地)로 몰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올들어 원/환율은 큰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이후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누구나 공감했던 '과도한 하락'이 수정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 차관은 시장의 속도가 양에 차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 차관은 "경상수지 적자 문제와 외채 문제 등 이전 정권에서 이월된 문제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의도적인 고환율 정책을 시인했다.

정부의 성장우선 정책이 시장과 충돌을 빚고 있다는 것도 최 차관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정부의 경제 기조에 맞춰 경제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시간이 필요하니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1년 혹은 2년 후에 하는게 맞다"고 일축했다.

최 차관의 발언을 감안하면 정부는 고환율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고환율 정책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부작용을 무마해 가면서 고환율 정책을 고수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 차관의 말처럼 "고평가돼 있던 원화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약간의 리세션(경기 침체)"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 정책은 성장의 동력을 내수에서 수출로 돌려 놓는 것이고, 환율이 어느 정도나 올라야 수출이 살아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른다고 수출이 늘어날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까지의 원화절상을 '정책'의 결과로 보는 최차관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과도한 환율방어로 원화가치가 너무 낮게 유지되는 바람에, 2004년 이후 급속한 원화절상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약세를 점진적으로 반영해 왔다면 2003년 4분기 이후의 급속한 원화절상은 없었을 것"이라며 "경제에 정말 나쁜 것은 '과도한' 환율의 상승 또는 하락이며, 이를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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