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공기업' 군침 흘리는 대기업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08.06.03 08:48

[머니위크 커버스토리]민간기업, 공기업 민영화에 촉각

연초부터 흘러나온 공기업 민영화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공기업 인수를 위해 기업들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많은 공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에 만약 기업이 공공기업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민영화 방안에 대해 공공재의 역할이 뚜렷하거나 독점 우려가 있는 공기업을 제외하고 모두 민영화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현재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금융권의 공기업은 소유권 이전까지 검토하고 있어 완전 민영화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5월22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 가운데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으로 넘기고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면서 남은 일을 중앙정부가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옳다”고 말해 공기업 민영화에 힘을 보탰다.

앞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력이나 가스 등 에너지사업도 민영화가 가능하다고 말해 사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민간기업의 공기업 인수 후 경영성과는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 인수에서 잘 나타난다. 두산그룹은 2001년 적자경영을 지속하던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30% 감축을 단행 흑자경영으로 탈바꿈했다.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유명한 한국비료(현 삼성정밀화학)의 경우도 삼성그룹이 재매입하면서 인수 당시 주가가 급등하는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며 공기업 성공인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에너지 기반 사업에 군침

현재까지 공기업의 인수에 적극적인 곳은 LG, SK, GS, 롯데그룹 등이다. 모두 에너지 기반 사업을 확보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그룹으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가 결정되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계열사 분리 전까지 발전회사를 거느린 경험이 있어 LG화학, LG석유화학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눈치다.

SK그룹도 부산가스, SK가스, 대한가스 등을 보유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SK그룹은 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 인수전에 참여한 전력도 있어 공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SK는 유공(현 SK㈜), 한국이동통신(현 SKT) 등 공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공기업 인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이라는 것.

특히 건설업계도 공기업 민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초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에너지, 물, 발전, 철도, 도로 등의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통해 인수의사를 드러냈다.

GS그룹은 최근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한전 민영화로 6개 자회사가 매각수순을 밟을 것을 예상해 인수 방침을 밝혔다. 허 사장은 5월14일 인터컨티넨탈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신성장동력을 위해 발전과 환경분야의 개척이 필요하다”며 “인적자원과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전문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GS칼텍스라는 막강한 정유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GS그룹에서는 에너지 분야의 공기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한 경험이 있는 롯데그룹은 공기업 인수의 맛을 본 상태에다 대산유화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재계 로비전 치열


공기업 인수가 가시화되자 일부 대기업들은 최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명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기획재정부의 상정을 토대로 민영화 운영정책 등을 결정하게 된다. 재정부 장관이 민영화 계획 수립 시 이 기관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재계에 따르면 SK, GS, 두산그룹, 포스코 등 대형 M&A를 추진 중인 그룹에서 위원회의 명단을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모두 17명으로 이 중 9명이 교수, 변호사, 시민단체 등 민간위원이다.

재정부는 명단이 유출될까 보안에 신경쓰면서도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보안의 어려움을 전했다.

◆대형 매물, 자취 감출수도

기업들의 높은 기대와는 달리 민영화 대상에서 가스공사 등 대형 공기업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정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300여개의 공공기관 가운데 30여곳 수준에서 민영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알려진 90개, 70개 등 민영화 대상 기업의 수가 크게 보도됐지만 부처간의 협의 결과 금융공기업을 제외하고는 대형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발표가 자칫 ‘앙꼬없는 찐빵’이 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은 기대매물에 실망하면서도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등 알짜 공기업이 민영화 대상에서 빠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간 이후 인수를 준비하던 기업은 애써 실망하는 모습을 숨기고 있다.

이에 대해 김규옥 재정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해당 부처와 논의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6월 중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하면 그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인수전쟁 중

한편 공기업 민영화 제외와는 거리가 먼 금융기관은 산업은행을 놓고 주판알 튀기기에 여념이 없다. 산업은행은 상당수의 기업들과 거래를 해온데다 123조원에 이르는 자산규모 때문에 국내 산업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공산이 크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현대종합상사, 하이닉스 등 대형 M&A 매물이 걸려있고,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 등과의 지분관계로 산은의 민영화는 한국 산업의 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은행까지 자회사로 두는 산은지주회사를 두고 정부가 51%의 지분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49%의 지분은 2010년까지 매각하고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남은 지분도 매각을 결정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 인수전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국민, 하나, 신한은행이 기업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독자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홀로서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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