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유동성위험 보고서' 낸 한신평, 왜 삭제?

더벨 박홍경 기자 | 2008.05.26 10:36

한국씨티 "비현실적 가정 등 설득력 떨어져"..한신평 "보완해 재발표 예정"

이 기사는 05월25일(15:1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유동성 위험에 대한 분석을 일제히 강화하고 있지만 평가대상 업계로부터 허술한 방법론을 지적당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동성 리스크 논란이 불거진 은행업종이 대표적인 경우. 신용평가사가 각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반영한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은행측의 강한 반발에 홈페이지에서 해당 보고서를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은행의 유동성 위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스페셜리포트를 통해서 연내에 은행 평가방법론에 유동성 위험 부분을 추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감안해 은행에 신용등급이 부여됐지만 정부의 지원정도와 형태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고 개별 은행 재무건전성 정도의 차이에 따라 신용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신평 측은 설명했다.

한신평은 유동성 위험 측정에 있어 △예대율 △시장성 수신액 대비 현금성자산 및 유가증권 합계액 비율 △은행의 자금재조달이 어려워질 경우를 가정한 스트레스상황 하에서 자산/부채의 현금수지 분석 등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1년이내 현금 유입액 추정치를 같은기간 현금 유출액 추정치로 나눈 유동성 비율을 설명하면서 스트레스 부여와 관련, 자산에서 현금 및 예치금은 전액 인정하고 유가증권은 가격의 변동성을 감안해 국공채는 5%, 회사채는 20%, 수익증권은 40%를 할인하는 등의 가정을 했다.

부채에서는 차입부채는 만기구조에 따라 전액 상환하고 요구불예금에서 기업자유예금은 전액 상환, 나머지 예금은 20% 상환 등을 가정했다.

↑(자료: 한국신용평가)


이와 같은 가정에 따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유동성 비율이 108.2%로 가장 높게 나왔고 한국씨티은행(86.1%)과 우리은행(88.4%)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원화유동성비율의 경우 감독기준상 유동성비율로는 한국씨티은행이 114.2%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고 우리은행이 111.6%로 뒤를 이었음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국민은행은 104.5%로 하나은행(107.2%), 신한은행(105.5%)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가정"

그러나 은행들은 한신평이 밝힌 유동성 위험 분석방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규제당국과 평가사의 유동성 분석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한국씨티은행 측은 "현금 유입과 유출액을 추정하는데 있어 적용된 비율은 평가사의 자의적인 수치"라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가령 대출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0% 할인됐는데, 업계에서는 1년 안에 주택담보대출의 80%가 현금화된다는 가정은 무리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의 유동성 비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것도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분석에 사용된 자료의 범위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난외계정으로 잡히는 파생거래의 규모가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분석에 반영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

SC제일은행의 경우 자료가 불충분해 분석대상 자체에서 빠졌고 씨티은행의 외화차입부채만기구조는 공시되지 않아 기타 외화차입금의 경우 원화차입부채와 만기구조가 동일한 것으로 가정됐다.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는 기간이 1년으로 설정된 부분은 가정된 부분은 위기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가정으로 지적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유동성 리스크 증가에 대한 지적에는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매일 변화하는 유동성을 분석하는데 있어 설득력있는 가정과 정교한 틀을 토대로한 접근이 아쉬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은행 유동성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 틀 개발이 절실"

글로벌 신용경색과 국내 머니무브로 은행 유동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부쩍 늘면서 평가사들도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은행의 유동성 분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자체적인 분석 틀을 제시해왔다.

한신정평가의 경우 올 1월 '최근 은행의 자금조달구조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시중은행의 원화유동성비율 산출 기준 가운데 자산과 부채 항목별 유동성 위험을 추가적으로 조정한 '(유동성)위험조정유동성비율'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감독당국이 유동성비율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평가사들이 추가적인 작업을 하는 것은 각 은행의 자산과 부채 항목에 내재된 유동성 위험의 정도에 따라 서열화될 필요가 있다는데 근거한다.

또한 실질적인 유동성위험 부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유동성 위험에 직면한 상황을 가정해 항목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무엇보다 분기말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한 은행채 발행 관행 등을 돌아봐도 단순한 양적 규제와 더불어 질적인 규제를 강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은행별 특성을 반영해 의미있는 유동성 분석이 가능하려면 업계의 성실한 정보 공개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독당국에 제출하는 업무보고서 수준의 자료를 제공하는 정도로는 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은행 유동성 분석은 민감한 화두이기도 하고 까다로운 작업이기라 평가받는 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면서 "유동성 관리의 경험이 풍부한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평가방법론을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신평은 업계의 지적을 반영, 수정된 내용의 보고서를 조만간 다시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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