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 바꿔놓은 내 삶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08.05.26 12:21

[브라보 my LIFE]천호선 옥션별 대표

"지금 인사동을 좀 보세요. 얼마나 촌스럽습니까? 옛 것 가운데서도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이제 새로운 시도를 해야합니다."

인사동을 한마디로 '촌스럽다'고 하는 복합문화공간 `쌈지길`의 천호선(65·사진) 대표. 그는 동생인 천호균 쌈지 사장과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사동의 명물인 쌈지길을 만든 인물이다.

천 대표는 현대예술과 한국의 문화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것을 되살리고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버려야 할 것까지도 꼭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저희들은 새로운 한국 문화를 창조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이런 소신을 가지게 된 데는 해외 각지를 다니며 한인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았던 경험이 한몫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저희 집은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습니다. 화가, 음악가 가리지 않고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소프라노 홍혜경 씨도 와서 노래 부르고 가곤 했지요."

1968년 대통령 비서실 외무담당 행정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79년부터 뉴욕총영사관 한국문화원의 문정관으로 일하는 등 공직 생활의 상당 부분을 문화분야 행정가로 일했다. 약 12년간 한국의 예술문화를 알리는데 발벗고 나섰으니 예술계의 마당발이 될 만도 하다.

특히 백남준 씨와의 만남은 인식전환의 계기가 됐다. "그 분이 클래식음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깨부쉈잖아요.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새로운 발상이지요. 우리 예술도 이처럼 전통적 가치와 인습적인 형식에 도전해 승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남준과 만남 이후 그는 한국예술의 독자적인 노선을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기울였다. 2003년부터 지금껏 쌈지길을 운영해온 것도, 지난해 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것도 같은 소신에서 비롯된 활동이다.

"예전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치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만드는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누가 독자적인 작품을 탄생시키느냐의 싸움이지요."

천 대표는 경제적 문화 헤게모니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쯤에는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

"덴마크에 가보면 구멍가게 하나에서도 미적수준이 반영돼 있습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디자인, 미술로 세계를 끌고 가겠다는 배짱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최근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지난해 11월 미술 경매회사 '옥션별'을 연 것. 대형 미술경매시장이 기존 작가와 작품에 얽매이는 것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우리는 아직 규모가 작아서 덩치가 큰 업체들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도 쉽습니다. 틈새를 공략해 경쟁력있는 작가와 새로운 작품을 찾아서 우리나라 미술계의 발전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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