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로 간 보험, 아줌마 지갑이 열린다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8.05.31 11:00

[머니위크]보험사 마트슈랑스 진출

'마트에서 장 보면서 우리 아이 미래설계까지.'

5월20일 서울의 한 이마트 지점. 매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위치한 알록달록 오색의 풍선으로 장식된 테이블이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의 시선을 붙든다.

"우리아이 미래설계는 어떻게 해야하지?" 갸웃거리는 주부들에게 상담원들은 자녀들을 위한 보험 상품 안내 신청서를 건넸다.

신청 절차는 간단했다. 신청서에 이름(자녀 포함)과 전화번호를 남기고 서명만 하면 신청 완료. 이후 설계사들이 직접 신청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 자세한 안내를 해준다는 설명이었다.

한 상담원은 "자녀를 위한 보험상품 컨설팅뿐 아니라 경품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기회"라며 "1주일에 1회씩 열리는 경품 추첨에는(한 지점에서만) 신청자수가 100여명을 훨씬 뛰어 넘는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이마트 제휴에 이어 롯데손보 진출 선언

마트슈랑스(mart-surance)를 선점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그간 설계사와 은행(방카슈랑스), TV홈쇼핑 등 다양한 판매 창구를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왔던 보험사들이 마트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동양생명은 5월13일 신세계 이마트 전국 66개 지점에 보험상담 창구를 열었다.
지금까지 보험회사와 제휴해 매장에 보험상품 홍보물을 통해 고객이 콜센타에 전화하는 간접적인 방식의 다이렉트보험 판매는 종종 있었지만 상담 창구를 직접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양생명과 이마트의 이번 제휴는 자동차보험 등의 간단한 손해보험 상품과 달리 꼼꼼하고 체계적인 재무상담을 통해 가입해야 하는 생명보험 상품의 특성을 반영한 것. 동양생명의 마트를 통한 주력 판매상품은 어린이보험이지만 종신보험과 변액보험 등도 함께 판매하게 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가족 단위로 쇼핑을 나오는 대형할인점 고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린이 보험의 선호도가 높은 동양생명의 고객층과 잘 맞아떨어진다"며 "6월 초까지 시범적으로 진행한 후 반응이 좋으면 지속적으로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화재를 인수해 새롭게 출범한 롯데손해보험도 마트슈랑스 영업을 준비 중이다. 롯데손보는 전국적으로 80개에 달하는 롯데마트뿐 아니라 롯데백화점까지 보험판매 창구를 확대해 '신개념 보험플라자'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창재 롯데손보 대표이사는 지난 5월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백화점과 마트 등 롯데그룹의 다양한 유통망과 마케팅 채널을 활용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롯데손보의 마트슈랑스 진출은 롯데그룹의 보험시장 진출에 따른 승부수로 주목 받으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아울러 유통업계의 거대 공룡인 롯데그룹 유통 채널과의 시너지 효과 발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진출은 VIP고객을 유치하는 접점으로 활용될 수 있어 '저가 상품' 위주인 마트 영업과는 차별화돼 주목된다. 롯데손보는 어린이보험이나 자동차보험 외에도 재무설계와 노후자금, 상조서비스 등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보험숍(shop)을 연다는 것도 차별화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마트 안에 홍보 전단치를 비치하거나 창구를 개설하는 수준을 넘어 숍(shop)의 형태로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마트나 백화점의 주고객이 주부층인 만큼 이들에 대한 마케팅이 중심이 되겠지만 여성 고객이 쇼핑하는 동안 남성고객들은 까페같은 형태의 보험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자동차보험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마트슈랑스의 개념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이들 두곳의 보험사가 마트슈랑스에 본격 나설 것을 밝혔지만 이들 보험사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다른 보험사들의 마트 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비자보호 방안 확립 등이 활성화 관건

보험사가 마트와의 제휴를 모색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와 홈쇼핑을 통한 홈슈랑스 등으로 이미 다양한 판매 채널 활용 전략을 선보였던 보험업계는 이미 4~5년 전부터 제휴를 통해 '마트와의 동거'를 시도해왔다.

당시 보험사의 할인점 공략은 홈플러스를 통해 자동차보험 마케팅을 들고 나온 동부화재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2006년께는 삼성화재가 이마트와 손잡았고 삼성생명과 LG화재도 롯데마트를 통해 보험 마케팅을 펼치는 등 마트와 보험사간 제휴가 붐을 이뤘다.

하지만 당시는 고객이 매장에 비치된 홍보물을 보고 콜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판매 형태였다. 즉 마트를 통해 가입할 경우 보험료 할인 혜택을 얻을 수 있고 마트 상품권 등이 제공되는 것이 이점이었다.

한편 대형 할인점과 손잡지 못한 일부 보험사들은 편의점 유통망을 뚫어 판매 채널을 넓혔다. AIG손보와 메리츠화재는 편의점 ‘GS25’에 홍보전단을 배포해 자동차보험과 어린이상해보험 등을 파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유통업계에서 보험을 팔면 설계사와 대리점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저렴한 보험료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게 강점.

그러나 소비자보호 문제가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험은 약관이나 설명서가 복잡해 고객이 설계사 등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가입하지 않을 경우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불완전 판매의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마트슈랑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보호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할인점= 저가상품'이란 고정관념도 다양한 상품제공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과거 할인점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한 보험사의 관계자는 "할인점에선 저렴한 상품이 통용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다이렉트 상품 위주로 상품이 구성되는 한계가 있어 서비스의 질을 중시하는 판매사와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트를 통한 보험의 판매는 세계적인 추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중요 판매채널로 자리잡았다. 보험의 가입 대상이 되는 잠재 고객들의 수요가 많은 만큼 향후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통한 보험사들의 진출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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