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M&A]"한화, 자금력 달린다"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5.22 10:05

<18>대한생명 인수 '소화불량'..주력계열사 자금사정 '빠듯'

이 기사는 05월21일(18: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7년 9월28일

한화건설은 오릭스(ORIX)의 자회사 OIFS파트너스NV로부터 대한생명 지분 17%(1억2070만주)를 추가로 취득, 전체지분의 23.6%를 보유하게 됐다. 오릭스와 분쟁을 거쳐 확보한 지분을 그룹 내에서 한화건설이 떠안은 셈이다.

#2007년 11월28일

한화는 한화건설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3000억원을 투입했다. 한화건설 주식 800만주를 주당 3만7500원에 사들여 자본금을 기존의 4배(4000억원)로 늘렸다. 한화는 오릭스의 대생 지분을 사느라 현금이 바닥난 한화건설을 도왔다.

# 2007년 12월24일

한화는 보유 중이던 대생 지분 5.36%(3800만주, 2063억원)를 한화건설에 매각했다. 한화의 대생 지분은 26.30%에서 20.95%로, 한화건설의 대생 지분은 23.6%에서 28.95%로 그룹내 대생 지분 보유순위가 역전됐다.

지난해 실행된 3건의 내부거래는 한화그룹이 처한 자금 사정의 한계를 보여준다. 대한생명 지분이 총자산 중 50%를 넘어서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될 뻔 했던 ㈜한화는 사실상 사업지주사임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에 지분을 떠넘겼다.

한화는 3건의 거래로 △공정거래법상 금융자회사와 비금융자회사 동시 지배금지 △자회사 지분요건 △부채비율 등 지주회사에 대한 각종 행위규제에서 비껴날 수 있었다.

그룹은 한화와 한화건설, 한화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제조부문과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증권 등이 주축인 금융부문 둘 모두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10위권 내의 기업이면서도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나올 때마다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껴안고 있는 사업부 사이의 지분구도를 자체적으로 정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5년전 인수한 대한생명이 그룹 지배구조를 '소화불량'상태로 만들었다.

인수 당시부터 특혜의혹 등으로 김승연 회장은 한동안 해외로 몸을 피해야 했고, 아직까지 나머지 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와 국제분쟁 절차를 밟고 있다.

만약 분쟁에서 승리한다 해도 차후 기업공개(IPO) 등을 하려면 예보의 지분을 일정부분 확보해야 한다.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한다는 소식에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그룹 내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주요 캐시카우인 ㈜한화와 한화석화의 낙폭은 '쇼크'에 가까웠다.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5~26일 이틀동안에만 각각 18.74%, 23.89%가 떨어졌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한 것도 아닌데 심리적인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해당사 주가전망을 담당하는 증권사 연구원들은 긴급히 리포트를 내놓았다. 한화가 M&A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4조원 이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기대에 가까운 추측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3개 주력 계열사의 재무상황은 포스코나 GS그룹에 비해 아무래도 처진다.

한화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지분법 투자주식이 총자산의 56%인 2조4748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 222.4%, 차입금의존도는 42.4%로 레버레지가 한계에 달했다는 평이다.

특히 단기차입금규모는 1조3530억원인 반면 단기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451억원에 불과하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지분법 이익을 제외한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374억원, 올 1분기 마이너스 57억원 수준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빠듯한 자금사정은 한화석화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91.7%, 27.7%로 비교적 건전하지만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이 82.5%, 59.5%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다. 한화석화 자체 영업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룹 내에서 가장 믿을 만한 계열사이다보니 본업과 무관한 자금 투입이 많았다는 게 문제다.

한화석화는 지난해 2월 장교동 그룹사옥을 3500억원에 매입했고, 지난 5월에도 한화리조트로부터 396억원 가량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지난해에만 166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회사가 오는 6월까지 4525억원의 유상증자를 계획한 것은 단기차입금(3439억원) 이상을 신규로 조달해 M&A 실탄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생명 인수를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한 한화그룹이 최소 3조~4조원의 자기자금이 필요한 대우조선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시장의 평가가 호의적일 지 의문"이라며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하지만 오너의 '푸시'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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