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치란]노회찬 "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8.05.21 18:16
"노회찬 후보는 참 운이 없어요. 홍정욱 후보를 만났으니까요."

지난 3월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의 사무소 개소식.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의 관전평이었다.

원 후보의 '예언' 탓일까. 개표 결과 3%포인트 차이. 초반 우위에 있던 노 후보는 간발의 차로 홍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홍 후보의 뉴타운 공약이 표심을 파고든 결과라고 해석했다. '진보스타 노회찬'에겐 두고 두고 아쉬운 패배였다.

그리고 한 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여전히 노원을 지키고 있다. 패배의 쓴 맛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의 걸죽하면서 정감 있는 목소리엔 여전히 자신감이 배어 있다.

그는 정치를 '물'에 비유했다. 3가지 이유다. 우선 정치는 물이 늘 낮은 곳으로 흐르듯 낮은 곳, 즉 국민을 향해야 한다.

또 고인 물은 썩는다. 정치도 국민이라는 바다를 향해 흐르지 못하면 썩게 마련이다.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이거든요. 자기와 자기 집단만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면 결국 권력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어요."


마지막 세번째 이유. 물은 없는 길도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다. 정치도 변화의 힘을 가졌다.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해법이 쉽지 않은 시대적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럴 때 포기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풀어내려는 창의성과 적극성이 정치에 필요하다. 그는 이를 '창발성'이라 했다.

"물이 멈추는 일은 없어요. 산이 있으면 휘감아돌고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되어 앞으로 나갑니다.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어쩔 수 없는 일로 간주할 게 아니라 길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는 창발성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는 노동운동을 하던 시절 용접공으로 일하며 불을 다뤘다. 그런 그가 물의 정신을 말하는 게 흥미롭다.

노 대표는 낙선했다. 하지만 물의 정신을 잊지 않는 한 패배의 시간은 오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비록 졌지만 40%의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을 잊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평가가 끝났다고 봐서는 안됩니다. 권력욕이나 출세욕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보수와 진보를 넘어 절실히 요구되고 있어요. 18대 국회도 이런 정신으로 역대 국회를 뛰어넘는 활동을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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